이창용 "가계부채, 금리인상 통해 조정해야"…인상 기조 이어갈 듯

입력 2022-03-24 09:53   수정 2022-03-24 09:54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지명되면서 한은 통화정책에 변화가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이 후보가 가계부채 문제도 금리인상을 통해 조정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기조는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한국은행 및 금융권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이론과 실무, 국제경험까지 두루 갖춘 경제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이창용 후보자는 1960년 충남 논산 출생으로, 서울 인창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활동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때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을 맡은 데 이어, 2007년 이명박(MB) 전 대통령 당선 당시 경제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다.

2008년 3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이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 단장, 아시아개발은행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치고 2014년 IMF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인 중 처음으로 IMF 고위직인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에 발탁돼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이주열 총재는 전날 송별간담회에서 후임 총재 후보자에 대해 "학식, 정책 운영 경험, 국제 네트워크 등 여러 면에서 출중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이창용 국장은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인플레이션과 경기 리스크가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성장, 물가 그리고 금융안정을 어떻게 균형 있게 고려하면서 통화정책을 운영해 나갈 것인치 치열하게 고민하겠다"고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의 성향이 매파적인지 비둘기파적인지는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이 후보자가 공개적으로 한국의 통화정책에 대해 직접 언급한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자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가계 부채 문제도 금리인상을 통해 조정해야", "선진국이 됐으니 국가부채를 크게 늘려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안이해 보인다" 등의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올해 1월 회계·컨설팅법인 EY한영이 개최한 신년 경제전망 세미나에서 "한국은 경기 회복세가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다"며 "물가안정, 경기회복, 자산 가격 조정의 연착륙 등 상이한 목표를 조율하기 위해서는 통화와 재정정책의 섬세한 공조가 어느 때 보다 필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후보자가 한은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덜 매파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증권은 이 후보자의 총재 취임 전망 보고서에서 "금리 중심의 통화정책 중요성이 고조됐고, 물가·부채 제어와 같은 금융안정이 필요해 금리 인상 정책을 유지할 전망"이라면서도 "이와 같이 예상되는 정책 스탠스는 최근 1년간 한은 스탠스 대비 덜 매파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새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가격 통제를 위한 정책 공조 압력은 약화될 것"이라며 "통화정책발 시장금리 변동성은 완화될 여지가 커질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오는 30일 귀국할 예정이다. 한은은 인사청문회를 대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예정이며, 사무실을 삼성본관빌딩 인근 부영빌딩에 마련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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