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몸, 매력적인 몸…. 몸에 붙은 수많은 수식어는 때로 족쇄가 되곤 했다. 세상이 바라는 그 몸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굶고, 혹사하듯이 운동하는 일이 허다했다. 그러나 최근 몇몇 사람들은 그러한 몸만이 의미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마르든, 뚱뚱하든, 키가 크든 작든 상관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보디 포지티브’(몸 긍정주의).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사랑하고 건강한 삶을 살자는 운동이다.
이너웨어업계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화려한 디자인에 와이어로 몸매를 보정하는 속옷이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기능과 착용감을 중요시하는 트렌드로 바뀌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에서는 와이어가 없는 브라렛, 여성용 사각팬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여성용 사각팬티 매출은 2020년 동기 대비 149%, 브라렛 매출은 54%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실내 생활이 늘어나면서 몸에 편한 속옷을 찾는 여성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게 신세계인터내셔날 측 설명이다.
이랜드리테일의 홈웨어 브랜드 애니바디의 와이어가 없는 심리스 브라인 ‘편애브라’도 인기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애니바디 전체 매출 대비 편애브라 매출 비중은 이달에만 30% 수준”이라고 말했다.
보디 포지티브를 지향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관심도 높다. 먹는 것 하나도 신경 써서 먹겠다는 태도다. 친환경 못난이 농산물 정기구독 서비스인 어글리어스의 최현주 대표는 “코로나19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배달 음식을 많이 먹게 되자, 그 반대급부로 먹거리를 조금 더 건강하게 바꾸고 싶다는 욕구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그동안 다이어트 강박에 시달린 여성들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디 포지티브에 열광하는 것”이라며 “건강에 관심이 많은 MZ세대 특성상 이러한 움직임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디 포지티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책 《몸의 말들》 저자이자 PT트레이너인 구현경 씨는 “보디 포지티브는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라는 주장이 아니라, 몸을 더 아끼자는 얘기”라며 “건강상의 이유로 체중을 줄여야 한다고 결심하는 것은 보디 포지티브와 상충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