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수익률에 기분이 좋아진 이씨는 돈을 되찾기 위해 채팅방 운영자에게 연락했다. 그러자 이 운영자는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추가로 입금하지 않으면 원금을 돌려주지 않겠다”며 요청을 거부했다. 이씨는 지난 23일 서울 도봉경찰서에 유튜브 채널 운영자 측을 상대로 고발장을 냈다.
이씨의 경우 “나흘 만에 투자금을 다섯 배 불려주고, 손실 시 최대 1억원까지 원금을 보장해준다”는 말을 믿고 900만원을 투자했다. 이씨는 “실제로 나흘 만에 원금이 6320만원으로 불어났지만, 이 중 23%에 해당하는 1432만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출금할 수 있다고 해 아직 원금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씨가 투자 결정을 내린 계기가 된 유튜브 채널 운영자 측은 “사기를 친 일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 유튜브 채널 관계자는 “모바일 메신저로 영업하거나 거래소를 추천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이씨와 같은 일은 발생할 수 없다”며 “같은 이름을 사용한 사칭범이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씨(39)도 비슷한 수법에 당해 1억8000만원의 피해를 봤다. 그는 “주식 리딩방을 통해 투자한 7000만원이 며칠 만에 5억6000만원으로 불어났다”며 “5억원 가까운 수익금에 이성을 잃고 리딩방 측이 요구한 본인 인증 비용 5600만원과 자금 동결 해지 비용 6000만원을 추가로 송금했다”고 털어놨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유사투자자문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총 5642건으로 지난해보다 79% 불어났다.
보이스피싱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범행이 의심되면 계좌 지급 정지가 이뤄진다. 하지만 돈을 받아 대신 투자하는 등의 행위는 지급 정지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사기 피해자는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허위로 신고한 뒤 벌금을 내서라도 계좌를 지급 정지시키는 실정이다.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을 문제로 꼽는 피해자도 많다. 상당수 금융사기 피해자는 “담당 경찰이 ‘범인 잡기가 쉽지 않으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씨와 비슷한 수법에 당해 1억4000만원을 날린 박모씨도 서울의 한 경찰서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가 막히거나 중단될 수도 있다”며 “새로운 피해와 증거가 나와야 수사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비슷한 피해자를 찾기 위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배회하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해자로선 투자 초기 자금이 몇 배로 커지니까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렵고, 가해자는 이런 심리를 이용해 추가 수수료를 요구하는 등 피해자를 속이는 것”이라며 “특히 암호화폐 같은 경우 당국에서 감독·규제의 룰을 제대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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