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관계자들은 “기아가 예상보다 과감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기존 공장에서 시범적으로 생산한 뒤 별도 공장을 구축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하지만 기아 경영진은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는 경쟁자보다 선제적이고,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단행해야 한다고 판단해 전용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PBV를 회사의 핵심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PBV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기아는 2030년 글로벌 신차 판매량의 25%가량이 PBV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간 2000만 대 규모의 시장이 탄생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미 글로벌 물류 회사들은 맞춤형 운송차량 구매를 늘리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경쟁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GM 산하 테크 스타트업인 브라이트드롭은 최근 미국 월마트 및 페덱스 등과 맞춤형 전기차 공급 계약을 맺었다. 브라이트드롭이 준비하고 있는 차량은 기아의 PBV와 비슷하다. 도요타도 ‘e-팔레트’라는 이름의 PBV를 개발해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선보였다.
기아는 2030년 글로벌 PBV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해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아는 이미 일종의 목적기반차량인 군수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며 “기아 특유의 유연성과 신속성이 더해지면 세계 1위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현대차와 기아는 2000년 이후 국내 생산시설을 늘리지 않았다.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 데다 해외 시장에 판매할 차량은 현지 공장에서 조립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PBV는 지금까지 만든 적 없는 새로운 개념의 탈 것인 만큼 연구개발 관련 핵심 기지가 있는 국내에서 제조하기로 결정됐다.
기아는 신공장에서 픽업트럭의 적재함도 제조한다. 기아의 첫 픽업트럭이다. 이 차는 2024년 12월 국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최근 국내 픽업트럭 시장이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고, 유럽 등 해외 시장도 노려볼 만하다는 게 기아의 판단이다.
도병욱/김일규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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