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주열 총재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라" [김익환의 BOK워치]

입력 2022-03-25 08:00   수정 2022-03-25 11:27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

한국은행 월간 소식지인 ‘한은소식 2022년 3월호’에 따르면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4~15일 열린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문득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표현을 소개했다. 이 총재는 이 자리에서 "주변 환경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주위 사람들이 그에 맞춰서 움직이기에 가만히 있으면 뒤처진다"며 "제자리 있고 싶으면 뛰어야 하고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사회는 점점 더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14~15일 간담회에서 한은 직급별 대표 직원 5명, 2021년 입행한 조사역 직원들과 통화정책 운용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 직원들에 대한 당부의 말을 남겼다.

정책 운용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작년 8월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꼽았다. 그는 "금리를 인상하는 결정은 인기가 없는 결정"이라며 "작년 8월 인상 시점에는 미 중앙은행(Fed)도 인상을 안 하고 코로나19 해결도 멀었는데 왜 금리를 인상하느냐는 일부 비판 여론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경기 전망도 괜찮고 물가도 오를 거란 판단 아래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그때 정상화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면 지금 따라가기 힘들어 당황했을 거다. 잘했다."고 말했다.


새로 오는 이창용 총재 후보자에 대해서도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는 "업무와 관련해서는 부총재를 비롯한 집행간부들이 있으니 특별히 인수인계할 것이 없다"며 "우리 직원을 믿어달라, 우리 직원에 대한 신뢰를 가져달라"고 했다.

이 총재는 한은의 부족한 정책 수단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동안 한은이 겪은 나쁜 변화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1999년 은행감독원 분리 때 실제 감독권은 분리해도 중앙은행이 거시적인 측면에서 금융안정을 수행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있어야 했다"며 "분리에 대한 공론화 없이 감독권이 통째로 분리된 점이 안 좋은 변화"라고 말했다.

반면 긍정적 변화에 대해선 "한은의 독립성, 중립성에 대한 평가가 높아진 부분"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맡게 되고 이후 20여년간 이어오며 실제로 한은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인식이 퍼지면서 한은에 대한 평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성과·인사 평가를 비롯한 조직문화 혁신이 지속돼야 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 총재는 "혁신을 실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묻어두지 말고 계속 추진돼야 한다"며 "성과에 따른 급여나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의 계획을 질문에 "컴퓨터에서 로그아웃하는 것처럼 당분간은 아무것도 신경을 쓰지 않고 비우고 싶은 마음"이라며 "집사람이 탁구를 배우는데 같이 탁구도 치고 '생활의 달인' 프로그램에 나오는 맛집도 찾아가고 지내겠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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