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숙적 이란을 11년 만에 꺾고 2022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조 1위로 올라섰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4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9차전 홈 경기에서 이란을 2-0으로 완파했다. 전반 47분 ‘캡틴’ 손흥민(30·토트넘)이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린 데 이어 후반 18분 김영권(32·울산·사진)이 절묘한 패스플레이로 추가골을 만들어내 이란을 제압했다.
이번 승리로 한국 대표팀은 최종예선 7승 2무로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승점 23점을 기록했다. 한국은 이날 첫 패배로 승점 22점을 얻은 이란을 제치고 조 1위로 올라섰다.
이란전 7경기 ‘무승 사슬’도 11년 만에 끊어냈다. 한국 대표팀은 2011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1-0으로 승리한 이후 이란과 치른 7경기에서 3무 4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승리로 이란전 ‘무승’의 징크스를 완전히 깼다. 한국이 이란을 상대로 2골 이상 넣으며 이긴 것은 2005년 10월 A매치에서 2-0으로 승리한 이후 17년 만이다.
이날 경기가 열린 상암 구장에서는 스탠드를 가득 메운 6만4375명의 관중이 한국 대표팀 승리의 순간을 지켜보며 기쁨을 만끽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내에서 열린 각종 스포츠 경기를 통틀어 최다 관중 기록이다.
벤투 감독은 이날 유럽파 공격수 3인방인 손흥민, 황의조(30·보르도), 황희찬(26·울버햄프턴)을 모두 선발로 내세웠다. 황의조를 최전방에 세우고 2선 좌우에 손흥민과 황희찬을 배치했다. 중앙 미드필더로는 이재성(30·마인츠)과 권창훈(28·김천)이 나섰고,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33·알사드)이 포백 수비라인을 보호했다.
한국은 이날 전반 내내 이란의 밀집 수비와 압박에 고전했다. 볼 점유율이 높았지만 월등한 체격 조건을 앞세운 이란의 벽에 막혀 골로 이어지지 못했다. 경기 흐름을 바꾼 것은 역시 손흥민이었다. 전반 추가시간 손흥민은 페널티 지역 왼쪽 부근에서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슛을 시도했다. 공은 상대 골키퍼 손을 맞았지만 그대로 골문을 밀고 들어갔다. 손흥민은 이 골로 A매치 31번째 득점에 성공했고 팀의 기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손흥민이 만들어낸 상승세는 후반에도 이어졌다. 한국 대표팀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손흥민, 황희찬이 연달아 강력한 슈팅을 쏟아냈다. 골키퍼에게 막히긴 했지만 분위기를 확실히 끌어온 공격이었다.
후반 18분 한국은 정교한 패스플레이로 추가골을 만들어내 승기를 확실히 잡았다. 이재성의 패스를 받은 김영권이 날린 왼발 슛이 골문으로 빨려들어가 한국의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김영권이 A매치 90번째 경기에서 기록한 다섯 번째 골이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릴 때까지 이란은 끝내 골망을 흔들지 못하면서 승부는 한국의 완벽한 승리로 마무리됐다. 2018년 8월 부임한 벤투 감독은 이날까지 42차례 A매치를 지휘하며 28승 10무 4패를 기록해 한국 대표팀 사령탑 단일 재임 기간 최다승 기록을 새로 썼다. 벤투 감독은 홈 무패 행진도 20경기(16승 4무)째 이어갔다. 한국 대표팀은 26일 출국해 29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UAE와 최종전으로 카타르월드컵 예선 일정을 마무리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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