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은 대부분 노동력 절감으로 이어진다. 주차장 주인이 자동 차단기와 함께 주차증 자동 발급기를 설치할 때 분명 안내원을 줄여 기계 설치비용을 충당했을 것이다. 이런 혁신은 기업에 이득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다.
조지 오웰은 사회주의와 비교해 자본주의는 실업자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그 배경에는 ‘노동 총량의 오류’가 자리 잡고 있다. 노동의 양이 고정돼 있어 기술 발전이 일자리를 줄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장과 달리 1930년대 초 대공황 당시 실업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것을 제외하면 자본주의 경제에서 기술 발전 이후 실업률이 끝없이 상승한 경우는 없다.
자동 차단기와 주차증 자동 발급기 설치로 안내원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일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게다가 중요한 건 이들이 새로운 직업을 찾을 때 다른 누군가의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노동 총량이 정해져 있다면 현재 실업률은 99%가 넘었을 것이다. 불과 60~70년 전만 해도 거의 모든 인구가 농업에 종사했지만, 오늘날 농업인구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역사상 계속된 혁신은 새로운 직업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헨리 조지는 이를 두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매와 인간 모두 닭을 먹지만, 매들이 많이 먹을수록 닭의 수는 적어지는 반면 인간의 수가 많아질수록 닭의 수는 더 많아진다는 표현으로, 혁신은 더 많은 사람이 일하기를 원하도록 만드는 유인이 되며 그로 인해 계속해서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설명했다.
기술 발전이 모두에게 이득이 되기 위한 전제는 시장이 경쟁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노동절약 기술로 경쟁우위를 확보한 기업은 다른 기업보다 높은 이윤을 경험하지만, 다른 기업들은 더 낮은 비용으로 생산해 고객 유치 경쟁이 시작되고, 그 결과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하지만 특정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면 일자리만 사라질 뿐 상품 가격은 하락하지 않는다. 유럽과 미국의 항공사 모두 노동력 절감을 위한 혁신을 단행했지만, 미국 항공사들의 운임이 유럽보다 두 배 비싼 이유도 이와 같다. 네 개의 대형 항공사가 미국 시장의 70%를 장악하는 상황에서 경쟁은 거의 없다. 노동절약 기술로 이윤은 높일 수 있지만, 가격을 낮출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처럼 경쟁은 중요하다. 오늘날 강조되는 ‘공정한 경쟁’은 동어반복일지 모른다. 치열한 경쟁은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공정한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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