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파친코'에 나온 배우 진하가 자기 포트폴리오로 만든 홈페이지에 한국 할머니들의 불법 촬영 사진을 올렸다"는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진하는 불법 촬영 사진과 자기가 올린 코멘트를 2010년부터 2년간 올렸고, 2022년 현재까지 10년이 넘게 공개해 놓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진하의 텀블러에는 꽃무늬 옷을 입은 한국의 평범한 할머니들의 사진 90여장이 게재되어 있다. 그는 "한국의 나이 든 여성은 꽃무늬 옷을 입는다"며 "사토리얼리스트에 영감을 받아 '만개한 꽃'(Flowers In Bloom)이라는 타이틀로 한국의 매혹적인 패션 트렌드를 찍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진하가 언급한 사토리얼리스트는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하고 유명한 패션 블로거 스콧 슈만이 운영하는 사이트 이름이다. 그는 유명 패션쇼, 셀러브리티들의 사진과 함께 거리의 패션 피플들의 사진을 찍어 올려 패션계에 영향력을 끼친 바 있다.
그는 이를 표방하며 지하철 혹은 거리 할머니들의 동의 없이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각 사진마다 코멘트도 달아놨다. 그는 "이런 도발적인 모델과 함께 일하며 나는 나 자신과 욕정을 통제하기 힘들었다", "이제 우리는 그녀의 오른쪽 가슴을 직접 볼 핑계가 생겼다", "이 모델은 섹시한 매력을 뽐내는 모델" 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할머니에게는 "김정일 여동생", "오리처럼 생김" 등 코멘트도 달았다.
문제를 제기한 글쓴이는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얼굴 평가와 성희롱도 포함하고 있다"며 "불법 촬영도 문제지만 할머니들을 물건 품평하듯 느낀 점 적어 놓는 게 굉장히 불쾌하다. 공론화 되어 배우가 피해자분들께 사과하고 게시글을 내리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네티즌들은 "제정신이 아니다", "미국 현지 할머니들이면 저렇게 찍을 수 있었을까", "미국계 한국인의 인종차별적 시선과 아줌마라 불리는 노년을 깔보는 시선이 보여서 화가 난다", "'파친코' 평가가 좋아서 기대했는데 너무 실망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파친코'는 애플TV+가 1000억 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대작으로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동명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드라마는 191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재일조선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대서사시다. 진하는 윤여정이 연기한 선자의 손자 솔로몬 백 역을 연기했다.
그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에서 애런 버 역으로 열연한 배우로 '파친코'를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것으로 점쳐졌다. 실제로 한국어, 일본어, 영어까지 소화하며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현지 평단의 이목을 끌었다.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살며 연결되는 경험이 있다"며 "제 역사와 가족의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 못해 기뻤다"고 했다.
작품은 대표적인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 신선도 100%를 기록하는 등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이날 '파친코' 공개와 함께 진하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이 불거진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애플TV+ 측은 "관련 내용을 확인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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