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는 일본, 호주, 멕시코 등 태평양 인근 11개국이 가입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정부는 공급망 안정과 수출 확대 등을 위해 CPTPP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공청회는 이날 오전 9시 30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렸다. 산업계, 농림축산업계, 수산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 언론인을 포함해 총 200명의 인원이 보안 절차를 거쳐 공청회 장소로 입장했다.
공청회가 열리기 직전인 9시 20분께 일부 농민 단체 회원이 "공청회는 무효야!"라고 외쳤다. 그러자 공청회 현장에 있던 다른 농민단체 회원들까지 일제히 공청회 단상을 향해 뛰어들었다. 농민단체의 단상 점거를 막기 위해 즉시 현장에 대기 중이던 경찰 약 40명이 투입됐다.
대치 과정에서 경찰에 폭력을 행사한 농민단체 관계자 1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다만 그 이상 물리적 폭력 사태가 확대되진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시 30분이 되자 국민의례와 함께 공청회 개시를 선언했다. 그러자 단상 밑에선 거센 욕설과 성토가 쏟아졌다. 농민단체 관계자 약 50명은 "공청회를 중단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경제적 영향 분석 발표가 혼란 속에 끝나고 업계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이뤄졌다. 구호를 외치다 마이크를 잡은 한 농민단체 대표는 "우리 망하면 너희가 책임 질거야? 정부가 설득 한 번 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공청회를 열었다"며 항의했다.
공청회는 통상절차법에 따라 FTA 가입 신청을 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사회적 의견수렴 절차다. 정부는 작년 12월 CPTPP 가입 신청서를 내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이후 이날 공청회 개최 전까지 총 여섯 차례 지역 순회 간담회를 열었다. 법에 규정된 사회적 의견수렴 절차는 공청회 하나이지만, 원활한 공청회 진행과 실질적인 사회적 의견 수렴을 위해 순회 간담회를 열었던 것이다.
울릉도에서 오징어잡이 일을 하고 있다는 한 어민은 이날 현장에서 "지역 순회 간담회를 어디서 언제 했는지도 몰랐다"며 "공청회는 정부가 CPTPP 가입을 밀어붙이기 위해 연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공청회 개최는 FTA 가입 신청 전 단계에서 사회적 의견수렴을 사실상 마무리짓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부는 CPTPP 신청 전 단계에서 의견수렴 절차가 마무리되는 것일 뿐, 본격적인 FTA 협상 단계에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꾸준히 듣겠다는 방침이다.
공청회 이후 정부가 CPTPP 가입을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구체적인 FTA 협상 계획을 수립해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의결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이후엔 국회 보고를 해야 한다. 국회로부터 허가가 필요하지는 않다. 정부는 다음달 내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고 절차를 거쳐 CPTPP 사무국에 정식으로 가입 신청을 할 계획이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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