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무슨 일이기에 자식이 부모와 연을 끊으려 하는 걸까. 사이가 매우 나쁜 가족 간에만 벌어질 일 같지만 콜먼 박사는 평범한 가정에서도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 자신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는 스물다섯 살에 결혼해 딸을 낳았지만 1년 반 만에 이혼했다. 이후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지만 딸의 상처를 다 헤아릴 순 없었다. 딸은 대학 입학 후 연락을 끊어버렸고 다시 말을 나누게 된 것은 그로부터 다시 몇 년이 지난 후였다.
책은 그 밖에도 여러 사례를 들려준다. 지배적이고 강압적인 아버지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던 아들, 학대받고 자란 엄마와 그런 엄마에게 상처받은 딸, 엄마의 외도와 이혼 후 대화를 거부하는 자녀, 정치적 신념 때문에 갈라선 아들과 부모, 사위 혹은 며느리로 인해 멀어진 관계 등이다.
콜먼 박사는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고 해도 서로의 삶을 다 알지 못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는 자녀가 살아온 과정을 다 안다고 생각하고, 자녀는 왜 내가 겪은 일들을 부모가 모를까 생각하는 지점에서 오해와 불화가 생긴다.
그는 “관계가 단절된 자녀와 화해할 때 당신이 취해야 할 태도는 자녀가 두세 살이었을 때 취하던 태도와 같다”고 말한다. 어린아이 취급하라는 게 아니다.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고, 일방통행 같은 관계를 받아들이는 이타심과 인내심을 발휘하라는 것이다.
좋은 부모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을 떨쳐버리라고도 말한다. 이는 부모가 죄책감을 느끼게 만들고, 자식에게 집착하게 해 오히려 독이 된다. 그는 부모는 자녀의 인생이 어떻게 결정지어질지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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