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빠지면 물탈 생각하는 당신, 시장에 겸손하라

입력 2022-03-25 17:08   수정 2022-03-25 23:50

‘우리/이번 봄에는 비장해지지 않기로 해요/처음도 아니잖아요/아무 다짐도 하지 말아요/서랍을 열면 거기 얼마나 많은 다짐이 들어 있겠어요….’

유병록 시인의 시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의 첫 부분이다. 최근 주식시장은 ‘다짐’을 돌아보게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서 투자자의 ‘다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테지만 주식투자하면서 수많은 다짐을 하기 마련이다. 그런 다짐은 대개 실패한 뒤에 한다. “다음엔 절대로 이런 실수하지 말아야지” “내가 다시 이런 실수하면 정말 사람이 아니다”같이 단단히 벼른다.

다짐은 구체적인 투자원칙을 세우기도 한다. ‘손실률 몇%일 때는 반드시 손절’ ‘미수, 몰빵 절대 금지’ ‘이익률 몇%일 때는 절반 이상 차익실현’처럼 자신만의 금과옥조를 만든다.

그런데 굳은 마음으로, 절박한 심정으로 만든 각오와 원칙은 어느새 ‘서랍’에 처박히기 일쑤다. 어렵사리 서랍을 열어 각오와 원칙을 꺼내보는 때는 어김없이 실패한 후다.

펀드매니저 A씨는 ‘각오, 실패, 다시 각오’가 반복되는 이유로 시장에 겸손하지 않은 자세를 꼽았다. 그는 “주가가 빠지면 자기가 가진 종목에 물 탈 생각만 하고, 약세장에서 올라온 종목보다는 많이 빠진 종목만 사려고 덤비는 게 겸손하지 않은 자세”라고 지적했다.

A씨는 우선 현 상황부터 냉정하게 따져볼 것을 주문했다. 그는 “시장 악재는 금리 인상과 전쟁인데, 두 가지 모두 현실화됐고 그래서 시장에 반영됐다”며 “금리 인상은 강도나 속도 때문에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이미 알려진 것이고, 전쟁에 대해선 투자자가 예측할 수 없는 이슈라고 정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두 가지 악재에도 불구하고 오르는 종목이다. 악재와는 관계가 없다는 의미이므로 그런 종목에 관심을 가지라는 얘기다.

A씨는 LX세미콘을 예로 들었다. LX세미콘은 지난해 말 장중 고점(16만8800원)을 기록한 뒤 지난달 22일 장중 저점(11만500원)을 찍고 최근 14만원을 넘었다. 실적 호조세가 주가 상승의 배경이다.

하이투자증권은 LX세미콘이 OLED 성장을 기반으로 올해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보일 것이라며 “용기를 내서 매수해야 할 시점”이라고 추천했다.

A씨는 현대해상과 현대중공업도 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현대해상은 손해율 개선에 따른 수익성 강화 기대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연일 상승세다. 교보증권은 현대해상의 올해 실적 증가를 근거로 지난달 말 새로운 목표주가(3만8000원)를 제시했다. 현대중공업은 업황이 개선되면서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A씨는 “주가가 빠지면 물 탈 생각부터 하는 투자자가 많은데 남들은 팔고 있는데 자기만 물 타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주가가 부진한 데는 이유가 있으니, 괜한 고집부리지 말란 얘기다.

다른 종목 빠질 때 올라온 종목은 쳐다보지 않고 여전히 밑에 있는 종목을 사려는 심리도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자기가 투자하지 않은 종목이 이런 시장에서 뛰고 있으면 ‘저가 매수 타이밍을 놓쳤다’고 눈을 돌릴 게 아니라 남들이 사는 이유를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시장에선 이렇게 ‘겸손’한 자세가 요구된다.

가수 이승철의 노래 ‘아마추어’엔 이런 가사가 있다. ‘아직 모르는 게 많아/내세울 것 없는 실수투성이/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그냥 즐기는 거야.’

전문적인, 수준급의 개인투자자도 적지 않다. 그래도 대다수는 아마추어 투자자다. 아마추어로서 주식투자를 즐길 수 있으려면 시장에 겸손해야 한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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