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니치신문은 일본 금융청이 투자자의 기업 가치 판단 지표 가운데 하나로 인적 자본과 관련한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을 확정했다고 25일 보도했다. 내각부령을 개정해 이르면 내년부터 매년 유가증권보고서에 관련 정보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유가증권보고서는 금융상품거래법에 따라 일본 상장사가 사업의 내용과 재무제표, 종업원 현황 등의 자료를 모아 매년 공시하는 서류다. 허위 사실 기재에 대한 벌칙 조항도 있다.
지금까지 일본 상장사는 종업원 현황 항목에 전체 종업원 수와 평균 연령만 공시하면 됐다. 여기에 상장사 관리직 여성 비율과 남성의 육아휴직 이용률, 남녀 간 임금 격차 등을 추가한다는 게 금융청의 구상이다.
일본도 과거에는 남녀별 급여를 공시했지만 공시 간소화 정책에 따라 1998년 폐지됐다. 최근 들어 해외 투자자가 투자 판단을 위해 여성 직원의 현황을 중시하고 관리직 여성이 많은 기업의 실적이 좋다는 분석 결과도 있어 관련 정보를 보다 충실히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국제적으로도 남녀평등과 관련한 공시를 중시하는 추세다. 영국과 독일도 상장사에 관리직 여성 비율과 목표치 등을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기업은 관리직 여성 비율이 평균 30~40%에 달하지만 일본은 10%대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는 2030년 이전까지 여성 관리직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남성의 육아휴직 이용률을 공시하면 남성 근로자의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정부가 주도하는 ‘일하는 방식 개혁’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금융청은 판단하고 있다.
비재무 정보의 공시 강화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내건 ‘새로운 자본주의’의 실현 방안 가운데 하나다. 금융청은 기후변화 대응 등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기업의 전략을 공시하는 방침도 확정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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