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보유세 부담을 정부안(2021년 수준) 대신 ‘2020년 수준’으로 더 낮추려고 하는 것은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세금이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민심을 뒤흔들 핵심 이슈로 꼽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급등한 데다 정부의 보유세 관련 지표 현실화로 주택 보유세 부담이 급격히 커졌고 이는 지난 대선에서 수도권 민심을 가른 결정적 요인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3일 보유세 부담을 2021년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야 정치권은 이보다 한술 더 떠 2020년 수준으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신한은행 조사 결과, 정치권 요구가 관철되면 정부안 대비 서울지역 주요 아파트의 보유세 부담은 14~35%가량 낮아질 것으로 파악됐다.
보유세 완화 없이 2022년 산출된 공시가(22억6600만원)를 그대로 적용하면 보유세는 1580만원(재산세 767만원, 종부세 813만원)에 달한다. 이 경우와 2020년 수준으로 완화할 경우 보유세를 비교하면 인하폭이 52.9%나 된다.
일부 고급 주택은 1가구 1주택자라고 하더라도 공시가 적용 기준에 따라 수천만원의 보유세가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전용면적 235㎡)은 2022년 공시가(54억원) 기준 보유세가 8015만원이지만 2020년 공시가(37억2000만원)를 적용하면 4648만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3367만원이나 세 부담이 차이 난다.
반면 다주택자의 경우 2022년 공시가를 적용해 보유세가 책정되기 때문에 보유세 경감 혜택을 보지 못할 전망이다. 가령 서울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전용면적 82㎡, 올해 공시가 22억6600만원)와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면적 84㎡, 올해 공시가 13억8200만원) 두 채를 가진 사람의 보유세는 재산세 1206만원과 종부세 9765만원 등 1억971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보유세 8105만원(재산세 985만원, 종부세 7120만원) 등 대비 3000만원 가까이 세 부담이 늘어난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급격하게 늘어난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임시방편이라도 동원한 정부의 사정은 이해가 가지만, 방법이 잘못됐다”며 “법 개정을 통해 세율을 낮추거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2020년 수준으로 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세율 조정으로 정면 돌파해야지 매년 조사해 산출한 공시가라는 데이터를 안 쓰고 과거의 데이터를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발표한 보유세 완화 방안을 담아 발의한 법안을 국회에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공시가 적용 기준을 바꾸는 수준이 아닌, 과표 기준을 높이고 세율을 인하하는 등의 방안이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도 공시가격 적용 연도를 바꾸는 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세율 인하 등의 방안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세법은 과세표준, 세율, 공제 등의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며 “2020년 공시가를 적용하는 방안보다 과세표준을 일부 고가 주택으로 한정하고 세율을 낮춰서 2020년 수준으로 보유세 부담을 낮출 것”이라고 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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