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격 1년 만에 30% 뛰었다

입력 2022-03-28 17:12   수정 2022-03-29 01:07

글로벌 TV 시장 1~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가격이 지난해에만 30%가량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과 물류비 상승에 따른 것으로 지난 10년 새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TV 가격의 고공행진이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TV는 오늘이 제일 비싸다는 공식 깨져
28일 삼성전자의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TV 평균 판매가격은 전년보다 32%가량 올랐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 제품의 평균 가격 상승폭은 26.4%에 달했다. 업계에선 TV 가격의 고공행진을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다. LCD 패널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이라고 불렸던 2017년을 빼면 매년 TV 가격이 전년보다 하락했기 때문이다. 예외로 분류됐던 2017년에도 TV 가격 상승폭은 10% 안팎에 불과했다.

TV를 포함한 전자제품 가격은 출시 이후 점진적으로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제조사들이 기존 제품의 재고를 할인행사 등을 통해 밀어내기 때문이다. TV 가격의 하락 속도는 LCD TV가 대중화되면서 한층 빨라졌다. 중국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TV는 오늘이 제일 비싸다’는 말이 공식으로 자리잡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언택트 수요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주로 중국 업체들이 공급하는 LCD 패널 가격이 껑충 뛰었다. 삼성전자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은 전년 대비 약 39%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LCD TV 패널의 평균 가격이 47.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보급형 제품인 55인치 LCD TV 가격은 130만~150만원 선이다. 지난해 하반기보다 20만원가량 올랐다. 업체들이 할인 프로모션 등을 줄이거나 없앤 것을 감안하면 30만~40만원 가격이 뛴 셈이다.
올해도 가격 상승 이어질 듯
지난해 하반기부터 LCD TV 패널 가격이 진정되기 시작했지만, TV 가격 상승을 붙잡기엔 역부족이다. 주요 TV 제조사의 동남아시아 생산공장이 록다운(전면 봉쇄)을 반복하면서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어서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물류비용이 늘어난 것도 TV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원가 부담이 커지자 아예 ‘고가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수익성이 높은 초대형·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짜야 수익성을 지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프리미엄 TV 시장 확대를 위해 Neo QLED 8K와 75형 이상 초대형 TV 라인업을 강화했다. Neo QLED는 최상위 제품인 8K 해상도 모델만 7종에 달한다. LG전자도 프리미엄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최근 이 회사는 LCD보다 가격이 20~30% 비싼 올레드(OLED) TV 22개 모델을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비와 원자재 비용 상승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는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등 리스크를 줄이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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