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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가장 복잡한 나이 셈법을 가진 나라로 통한다. 한국에서 쓰이는 셈법은 크게 세 가지. 출생과 동시에 1세가 되고 이후 연도가 바뀔 때마다 한 살씩 더하는 ‘세는 나이’, 출생 때를 0세로 하고 1년이 지나 생일이 되면 한 살씩 더하는 ‘만 나이’, 출생 때를 0세로 하되 해가 바뀌면 한 살씩 더하는 ‘연 나이’가 혼용되고 있다. 노년층은 관습적으로 음력 생일을 사용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에 연령 계산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이처럼 다양한 나이 셈법은 곳곳에서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각종 연령 기준 규제에 나이는 분쟁을 만드는 단골 메뉴다. 최근엔 백신 예방접종과 청소년 방역패스의 기준 나이가 혼선을 빚기도 했다. 공공기관 서류 앞에서 헷갈리는 국민들은 인터넷에서 ‘만 나이 계산기’를 찾을 정도다. 만 나이를 표준으로 사용하는 외국인들은 한국 고유의 세는 나이를 ‘코리안 에이지(K-Age)’라며 냉소 섞인 반응을 보인다.
한국식 세는 나이는 옛 고대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게 정설이다. 과거 동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사용됐으나 100여 년 전부터 폐지 수순을 밟았다. 중국도 문화대혁명 이후 세는 나이를 쓰지 않고 있다. 세는 나이를 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식 세는 나이는 생명과 전통문화를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나름 의미가 있지만 각종 혼란과 비용을 초래하는 만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기간 세는 나이 대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만 나이 사용으로 법적 나이 계산법을 통일하겠다고 공약했다. 한국식 나이 기준을 일원화해 법적·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도 새 정부의 의미 있는 행보가 될 것이다.
유병연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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