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정계 입문 전부터 민간의 유능한 인재들을 정부 요직에 기용하지 못하는 관료 시스템에 문제 의식을 느끼고 있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국정을 이끄는 고위 관료들만으로는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시대적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선거를 준비하면서 현장에서 만난 기업인들은 선뜻 “도와주겠다”고 하면서도 인사청문회나 주식 백지신탁 등을 거론하며 손사래를 쳤다. 윤 당선인이 민관합동위원회를 신설해 민간 영역의 인재를 적극적으로 중용하기로 결심한 배경이다. 이를 통해 청와대 조직과 운영 방식도 개혁하겠다는 복안이다.
윤 당선인의 이런 구상은 지금의 청와대 조직과 제도로는 현실화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기업인들을 관직에 기용하기 어려운 제도적 한계 때문이다. 백지신탁 제도와 인사청문회 제도가 대표적이다. 백지신탁 제도는 기업인의 공직 진출을 원천 봉쇄하는 족쇄라는 비판을 받는다.
검찰 재직 시절 경험했던 민관합동위원회 조직도 영향을 미쳤다. 윤 당선인은 검찰 개혁을 위해 출범한 검찰미래발전위원회에서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이 내는 시너지 효과를 직접 경험했다. 당시 만났던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과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각각 인수위원회 경제 1분과 간사와 인수위원으로 내정됐다.
민간의 혁신을 가로막는 관료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기업인을 중용하려는 이유다. 당선인 측의 한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민관합동위원장으로부터 주요 국정과제에 대해 직접 보고받겠다는 생각”이라며 “핵심 과제의 경우 대통령 앞에서 민간 위원들과 장·차관들의 토론을 붙이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주 경제단체장들과의 첫 간담회 자리에선 “공무원들이 말도 안 되는 규제를 하려고 하고 갑질하면 바로 전화하시라”고 약속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9월 구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방산 분야 매출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국방부의 첨단기술에 지출하는 비용이 빅테크 기업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내용이다. 당시 국방부의 기술 개발은 조 바이든 대통령 직속의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회가 독려했다. 지난해 초엔 “실리콘밸리와 미국 정부가 협력하지 않으면 중국에 군사적 우위를 잃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도 냈다. 이 조직의 수장이 전직 구글 CEO인 에릭 슈밋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