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선행지표로 쓰이는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채권시장에서 10년물과 2년물 국채 금리차이가 0.11bp(1bp=0.01%)로 좁혀지며 역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날 미국 국채는 2~30년물까지 모두 이번 사이클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나타냈다. 2년물은 연 2.42%, 10년물 2.54%까지 치솟았다. 5년물은 한 때 2.66%까지 올라 30년물 금리 2.64% 보다 높아지면서 수익률 곡선 역전이 나타났다. 2006년 이후 약 16년만에 처음이다.
채권 투자자들이 경기 침체를 예상한다면 장기채권 금리보다 단기채권 금리가 오르는 ‘역전’이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면 장기금리가 먼저 오르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벌어진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계속해서 장단기금리 역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호소하고 있다. 정말로 이번엔 다른 것일까?
문홍철 DB금융투자 채권투자전략 파트장은 28일 “장단기 금리차를 무시하라는 연준의 말은 ‘조폭이 아직 제대로 주먹을 날리지 않았으니 코가 부러질 것을 벌써부터 걱정마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경기침체가 곧 온다고 말을 대놓고 못하는 상황은 이해한다”며 “하지만 이미 3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중립금리를 하향하며 성장 둔화 우려를 암시했다”고 설명했다.
문 파트장은 연준의 강도 높은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그는 “연준은 올해 2~4 차례에 걸쳐 50bp 인상에 나설 것”이라며 “금리인상 시기는 2~3분기에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금리인상이 시작되는 시기에 2/10년물 장단기 금리차가 이렇게나 좁았던 적이 없다”며 “기준금리 인상기에 장단기 금리차가 좁을수록 침체시기가 빨라지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우려했다.
문 파트장은 “장단기 금리차 축소 때마다 과거와는 다르니 두려워 말라는 얘기는 반복됐다”며 “하지만 장단기 금리차는 지난 300년간 중앙은행이 없던 시절부터 중요한 경기선행 지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유튜브채널 한경 글로벌마켓에 출연해 “100년 정도 데이터를 보면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고 대략 6~9개월 내에 경기 침체가 발생한 경우가 80% 이상”이라며 “나머지 20%도 3~5년 내에 경기 침체가 왔다”고 설명했다.
2019년에도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됐다. 그해 8월 장단기금리차가 -0.04를 찍었고 6개월 뒤인 2020년 2월 코로나 펜데믹 발발과 함께 경제침체 상황이 펼쳐졌다.
문 파트장은 “올해 3분기쯤 2/10년물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좀더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문 파트장은 연준이 장단기 금리차로 중요하다고 제시하는 선도금리차(6분기 후 3개월 선도 금리와 현재 3개월간 금리차)의 경제적 의미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선도금리차는 시장에서 장단기금리차로 중요하게 보는 2년물과 10년물 국채 금리차에 비해 후행한다”며 “선도금리차의 단기 영역에 활용되는 3개월 금리는 연준이 금리인상을 시행한 후에야 움직인다”고 비판했다.
반면 2년물 금리 또는 6분기 후 3개월 선도금리는 연방기금(FF) 금리에 대한 연준의 향후 정책 기대를 반영한다.
선도금리차의 안정성이 낮다는 점도 한계로 꼽았다. 그는 “장기 금리는 물가와 성장을 반영하는 10년물 이상이어야만 경제 주체들이 펀더멘털에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다”며 “선도금리차의 장기 영역에 활용되는 6분기 후 3개월 선도금리는 변동성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10년물 채권 금리(명목금리)가 2.5%까지 올랐지만 실질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다. 문 파트장은 “실질금리가 낮기 때문에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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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을 뺀 금리다. 그는 “지금은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낮아지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확 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질금리는 경제주체들이 투자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표다. 실질금리가 올라가면 기업의 투자활동이 위축되고 부채부담이 급격히 가중되기 때문이다.
연준이 장기 채권을 내다 파는 긴축을 단행하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말처럼 장기 금리를 올려주는 효과가 있을까?
문 파트장은 “현실은 우리의 상식과 정 반대”라며 “연준이 양적 긴축을 하거나 채권을 더 이상 안 사주면 10년물 국채금리가 올라가야 될 것 같지만 실제로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이 긴축을 하면 경기가 나빠지고 물가압력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채권 투자자들은 채권을 오히려 사들이면서 금리가 떨어진다”며 “연준이 채권시장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거래비중도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연준이 돈을 풀어서 채권을 사들이면, 경기가 좋아지고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채권투자자들이 장기채권을 팔면서 오히려 금리가 오른다는 설명이다.
채권시장은 명목금리(시장금리)를 결정한다. 물가가 오르면 시장금리가 오르는 게 공식처럼 통한다. 그런데 미국 물가상승률이 9%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10년물 국채금리가 올랐다고 하지만 아직 2.5%대에 머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 파트장은 “채권시장이 볼 때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공급차질로 인한 것으로 경기를 나쁘게 만드는 요소, 즉 금리를 떨어트릴 수 있는 요소”라며 “시장금리가 2%대에 머문다는 것은 내년이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2%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시장은 이미 경기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그는 “미국 제조업 ISM 구매자관리지수(PMI)가 50을넘으면 경기 확장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중요한 것은 작년 하반기 이후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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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재정이나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같은 ‘강력한 약물’을 쓰면 환자가 잠시 걷고 뛸 수는 있다. 그러다 약발이 떨어지면 다시 침대로 쓰러진다.
환자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 인플레이션 같은 ‘열’이 나면 일단 통화긴축 같은 ‘냉수마찰’이라도 해야 한다. 열이 너무 심해지면 죽기 때문이다.
그는 “긴축을 하면 경기는 더 안 좋아지고 장기 금리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채권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이런 식으로 대응해왔고 실제 세계 경제도 그렇게 움직여 왔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의 경기전망, 원달러 환율, 금값 전망 등 자세한 내용은 한경 글로벌마켓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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