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율주행 분야 스타트업인 스트라드비젼이 글로벌 3대 차량부품 회사인 독일 ZF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ZF가 국내 스타트업 지분 투자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트라드비젼의 자율주행차용 카메라 인식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모비스 이어 ZF도 주주로
29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ZF는 스트라드비젼이 최근 진행한 576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에 참여해 지분 6%를 취득했다. 투자금액은 179억원 상당이다. 기업가치는 3354억원 수준을 인정받았다. 스트라드비젼은 기존 주주인 LG전자,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에 이어 해외 대형 부품사까지 우군으로 확보하게 됐다.ZF는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부품 제조사로, 차량 변속기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 미국 부품사 TRW를 135억달러(약 16조원)에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현재는 독일 보쉬, 일본 덴소에 이어 점유율 기준 글로벌 3위권 차량 부품사로 꼽힌다. 지난해에 383억유로(약 51조3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에는 자율주행 시스템 솔루션 ‘ZF ProAI’와 같은 차량용 소프트웨어(SW)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ZF를 투자자로 확보한 스트라드비젼은 2014년 창업된 토종 스타트업이다. 최대주주이자 창업주인 김준환 대표는 연쇄창업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06년 그가 창업한 안면인식 기술 기업 ‘올라웍스’는 2012년 인텔에 350억원에 매각됐다. 스트라드비젼은 그가 삼성SDS·LG전자·인텔·르노삼성 등에서 경력을 쌓은 엔지니어들과 함께 설립했다.
스트라드비젼의 주력 제품은 인공지능(AI) 기반 카메라 인식 소프트웨어(SW)인 ‘에스브이넷(SVNet)’이다. 거리 위 차선과 신호등, 표지판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판별하는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능이다.
지난해 말엔 LG전자와 증강현실헤드업디스플레이(AR-HUD) 플랫폼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AR-HUD는 내비게이션, 각종 주행 경고 등을 차량 앞면 유리에 표시해 운전자가 도로를 주시하면서 주변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최근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잇따라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스트라드비젼은 차량 내부에 탑승한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해 졸음운전을 방지하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차 부품 강국’ 독일 넘본다
스트라드비젼은 창업 8년 만에 자율주행 분야 국내외 거물을 대거 주주로 영입하게 됐다. 2018년엔 국내 차량전장분야 대기업들이 총 165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에 참여했다. 2019년엔 316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 유치로 17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2020년 기준 현대모비스(7.65%), 현대차(5.33%), LG전자(3.24%) 등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번 시리즈C 투자를 포함해, 스트라드비젼의 누적 투자 유치금액은 1000억원을 돌파했다.스트라드비젼은 ZF 투자유치를 계기로 해외 진출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스트라드비젼은 북미 시장과 더불어 독일 진출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2019년 말 시리즈B 투자유치 당시엔 유치 금액인 316억원 중 절반에 이르는 150억원가량을 독일 협력사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업체와 자율주행 레벨4 단계의 버스 양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내용이다. 레벨4는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고 차량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 이동하는 수준이다. 지난 2020년엔 독일 뮌헨에 현지 지사를 설립했다.
이시은/차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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