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선물에 얽힌 일화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만났을 때를 빼놓을 수 없다. 2001년 바이든 당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청와대에서 DJ와 오찬하면서 DJ가 매고 있던 넥타이를 극찬하며 “내가 그런 멋진 넥타이를 했으면 미국 대통령이 됐을 것”이라고 농담했다. 이 말에 기분이 좋아진 DJ는 바로 넥타이를 풀어 선물로 줬고, 바이든 역시 자신의 넥타이를 풀어 DJ에게 건넸다. DJ가 매고 있던 넥타이는 식사 중 흘린 수프 국물이 약간 묻어 있었지만, 바이든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망명과 정치 포기 등 숱한 굴곡 속에서 대권 ‘4수’ 끝에 대통령이 된 DJ의 기운을 받은 덕인지, 바이든 역시 3수 끝에 백악관 최고령 주인이 되는 데 성공했다.
새 정부 국무총리 후보로 물망에 오른 한덕수 전 총리도 넥타이 선물로 효과를 봤다. 주미대사 시절, 패션 디자이너인 부인 최아영 씨가 직접 디자인한 넥타이 선물로 미 정관계 인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어떤 미 의회 의원은 너무 좋다며 감사 편지까지 보내와 두 개를 더 보냈더니, 한 대사가 참석하는 행사 때마다 넥타이를 매고 와선 넥타이 디자인 얘기를 했다고 한다.
지난 2일 대선 마지막 TV토론회는 넥타이가 명암을 가르는 상징이 됐다. 이재명 후보는 문 대통령에게 선물 받은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때도 맨 넥타이로, TV토론회에서 착용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문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해 왔던 그는 투표를 앞두고 넥타이로 친문 지지층을 향해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읽힌다. 윤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 위원장은 우연의 일치인지, 사전교감이 있었는지 똑같이 국민의힘 당색인 빨간색 넥타이를 하고 나왔다. 두 사람은 토론회 이후 심야 비밀 회동에서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뒤, 그 기세를 몰아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넥타이 선물은 존경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역대 가장 늦은 신구(新舊) 권력의 만남이 역대 가장 긴 회동이 됐듯, 넥타이가 협치의 물꼬를 트는 소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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