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퇴출 위기에…질타 쏟아진 현대산업개발 주총

입력 2022-03-29 17:53   수정 2022-03-30 00:56

“대형 참사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연속 발생했습니다. 작년 광주 학동 재개발현장 붕괴사고 발생 이후 회사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무슨 조치를 했습니까.”

29일 서울 여의도동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HDC현대산업개발 정기 주주총회에선 지난해 6월과 올 1월 거푸 발생한 대형 참사로 최대 위기에 빠진 회사에 대한 주주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주총에는 주주 125명이 참석하는 등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몰렸다. 국토교통부가 전날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책임을 물어 HDC현산에 사실상 등록말소 처분을 권고한 터라 주주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주주들은 잇단 붕괴 사고와 관련해 경영진이 제대로 책임지고 있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주주는 “회사가 존폐 위기에 몰렸는데 정상적인 이사회였다면 왜 이런 참사가 반복되는지 조사하고 책임이 있는 경영진을 해임하는 등의 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HDC현산 지분 1.5%를 보유한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관계자는 “화정 아이파크 사고 발생 이후 주주 입장에서 보기에 회사 대응이 대단히 미흡했다”며 “정몽규 회장의 상투적인 사과와 형식적인 사임만으로는 회사의 근본적인 문화를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권순호 HDC현산 대표는 “사고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라 회사 차원에서 먼저 내부 징계를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수사와 재판이 마무리되면 책임을 묻겠다”고 답했다.

정익희 대표이사 겸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는 일부 주주들이 반발했다. 소액주주를 대표해 참석한 참여연대 관계자는 “회사 경영을 생각해야 하는 사내이사와 안전 책임자가 같으면 이익과 안전 사이에서 이해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사회 견제 기능을 강화하려면 안전을 담당하는 사외이사를 따로 두고 독립적, 객관적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대표는 “사외이사는 상주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어 사내이사가 현재 어려움을 타개하고 안전품질 시스템을 확립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주총에선 이사회 내 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정관 내 지속가능경영체계에 대한 전문 명문화 등의 안건이 통과됐다. HDC현산은 이날 보통주 1주에 60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395억원이다. 이날 HDC현산 주가는 5.86% 떨어진 1만5250원을 기록하며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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