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를 비롯한 공공요금 인상은 인기 없는 대표적인 정책이다.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전기요금은 물론 가스요금, 철도 운임 등의 인상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현 정부는 관련 요금 인상을 최대한 다음 정부로 미루고 있다. 줄다리기 끝에 전기료는 일부 인상이 이뤄졌지만, 나머지 인상분 적용 여부는 다음 정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미 관련 사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놓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회동에서 유력한 의제로 거론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놓고도 서로 미루려는 분위기다. 1997년 대선에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이 당시 김영삼 대통령에게 건의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면이 이뤄진 것처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논의돼야 한다는 정치권의 공감대가 있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를 결정하면 더불어민주당 핵심 지지자들의 이탈을 부를 수 있어 최대한 차기 정부로 미루는 모양새다.
반면 국가 재정을 활용한 지원대책 등에 대해서는 서로 공을 가져가려 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대출 상환을 5개월 연장하는 지원책이 단적인 사례다. 해당 정책은 현 정부가 지난 3일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결정해 발표했다. 하지만 인수위는 21일 해당 내용을 금융위원회에서 보고받는 장면을 연출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23일 내놨다. 부동산 보유세도 비슷한 상황이다. 정부는 23일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지난해 수준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인수위는 윤 당선인의 공약에 맞춰 2020년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며 관련 방안 발표를 예고하고 있다.
인사권을 놓고는 강 대 강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를 비롯한 주요 공공기관장 인사를 현 정부가 강행하면서 인수위 측이 거세게 반발했다. 감사원 감사위원 선임을 놓고도 양측 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차기 정부 출범 이전까지 신·구 권력 사이에 흔히 벌어지던 일”이라며 “다만 올해는 차기 정부 출범 한 달 뒤에 지방선거가 잡혀 있어 기싸움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노경목/강진규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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