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를 추진한다. 2018년 4월부터 시행된 양도세 중과 이전에 집을 산 다주택자에겐 보유 기간에 따라 세율을 달리해 매매 시 양도세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2년 한시 유예를 추진하자 민주당이 먼저 ‘맞불’을 놓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30일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다주택자라도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기 전 집을 구입한 경우엔 중과 시행 이전 보유 기간에 한해 중과세율이 아니라 기본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현재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보유 주택 매도 시 소득세법상 양도세 기본세율(양도차익 과세표준에 따라 6~45%)에 중과세율(20~30%포인트)을 추가로 적용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2주택에 10%포인트, 3주택 이상에 20%포인트를 기본세율에 가산하는 중과(1차 중과)는 2018년 4월, 기존 중과세율에 10%포인트씩을 추가하는 중중과(2차 중과)는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됐다. 그 결과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양도세율은 지방세를 합쳐 최고 82.5%까지 치솟았다.
민주당이 마련한 방안의 핵심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을 기점으로 보유 기간에 따라 적용 세율을 달리하는 것이다. 예컨대 다주택자가 2010년 구입한 주택을 오는 6월 매도할 경우 2010년부터 중과 시행 이전인 2018년 3월까지는 기본세율을, 2018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는 중과세율을 적용하는 식이다.
이런 방안이 실현되면 기존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에 따른 부담이 상당 부분 줄어들면서 시장에 매물이 원활하게 나올 것으로 민주당은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31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 추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을 최대 2년 간 배제하겠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1년만 한시적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완화해 퇴로를 열어주자.”(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 당선인과 이 전 후보는 지난 20대 대선에서 이구동성으로 “다주택 양도세 한시 완화”를 외쳤다.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 양도세 부담을 과도하게 높여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고, 결국 집값을 밀어올린 요인이 됐다는 점에 의견이 일치한 것이다.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이번엔 보유기간에 따라 다주택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부동산 민심’을 되돌리지 못하면 향후 정국 주도권을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 측에 완전히 내줄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30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주택 양도세 중과를) 일시적으로 유예를 할지 아니면 조금 더 항구적인 제도로 가게 할지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항구적 제도란 다주택 양도세 중과를 적용받는 시점을 보유기간에 따라 조정하는 방안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주택자라도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기 전 집을 구입한 경우엔 중과 시행 이전 보유기간에 한해 중과세율 대신 기본세율을 적용하겠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현재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30%포인트의 중과세율을 보유기간에 무관하게 적용받고 있다. 다주택자에는 1주택자와 달리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보유기간에 따른 세제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정부는 2017년 ‘8·2 대책’을 내놓으면서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 4월1일부터 2주택 양도세율을 10%포인트, 3주택 이상은 20%포인트씩 높이기로 했다. 2020년 ‘7·10 대책’에서는 다주택 양도세 중과세율이 각각 10%포인트씩 추가로 상향됐다. 수차례 대책발표에도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다주택자에 ‘징벌적 세금’이라는 극단적 처방을 내린 것이다.
민주당안에 따르면 다주택자에 적용되는 양도세율은 양도세 중과 시행일을 기점을 보유기간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양도차익을 총보유기간으로 나눈 뒤 ‘취득일로부터 (중과)세율 변동일’과 ‘(중과)세율 변동일로부터 양도일’에 각기 다른 세율을 적용해 양도세액을 산출한다.
최초 취득일로부터 양도세 중과가 처음 시행된 2018년 3월까지는 기본세율(양도차익 과세표준에 따라 6~45%)만 적용돼 현행 대비 세 부담이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양도세 중과 시행 이전 기간에 대해선 중과세율을 소급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양도세 중과 시행 이전 보유기간이 길수록 매도 시 중과 배제에 따른 혜택을 볼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중과 시행 이후 보유기간에 대해선 지금과 똑같은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중과 시행 후 다주택자가 된 사람은 제도 변화에 따른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적다는 의미다.
당 관계자는 “기존 다주택자 입장에선 오래 갖고 있을수록 손해기 때문에 한시 유예 없이도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안을 두고 “급조된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세무사도 포기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복잡한 양도세 계산법에 ‘중과 이전이냐 이후냐’하는 경우의 수가 추가되면서 자칫 세법이 누더기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중과세율을 적용받아 이미 양도세를 납부한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다주택 양도세 완화안이 당론으로 받아들여질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달린다. 앞서 이재명 후보가 공약했던 한시 완화 법안은 당내 반대에 밀려 발의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