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자 자금 조달 망설이는 기업들

입력 2022-03-30 17:52   수정 2022-03-31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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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업들이 신규 자금조달을 망설이고 있다. 기존 빚을 갚고 새 발행은 미루는 기업이 속출해 투자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까지 두 달 동안 일반회사채 발행금액은 15조8200억원을 나타냈다. 1년 전 같은 기간 19조7600억원 대비 약 4조원 줄었다. 기존 회사채의 만기상환 금액을 뺀 순발행액은 3조4800억원으로 1년 전 8조2800억원의 42%로 쪼그라들었다.


금리가 단기간에 8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시장 안정 때까지 발행을 미루려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형증권사 기업금융(IB) 담당자는 “회사채 발행 준비를 하던 기업 재무 부서들이 최근 잇따라 발행 시기를 미루고 상황을 보자고 한다”고 전했다.

신용등급 AA-급 우량 기업의 3년 만기 회사채 평균 유통금리는 지난 29일 기준 연 3.36%로 1주일 새 0.3%포인트 이상 올랐다. 연초와 비교하면 1%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회사채 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한때 연 3%를 뛰어넘었다. 최근 공모 회사채 발행 땐 시장금리보다 0.3%포인트 안팎 더 높은 이자를 약속해야 한다.

일각에선 만기도래 물량이 많은 올봄에는 회사채 시장이 순상환 기조로 돌아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오는 4~5월 약 11조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롯데칠성음료(2700억원)와 CJ대한통운(2100억원)을 비롯해 롯데케미칼(1900억원) 금호석유화학(1500억원) 등이 줄줄이 다음달 대규모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5월에도 SK하이닉스(4100억원) LG화학(4000억원) 등이 대규모 회사채 만기를 맞는다.

이 중 지난 2월 회사채 5000억원을 미리 발행해 자금을 챙겨놓은 롯데케미칼 등 일부를 빼면 대부분 아직 새 회사채 발행 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IB업계에서 SK하이닉스와 금호석유화학 등 풍부한 현금을 보유한 일부 기업은 만기 도래 회사채를 순상환하거나, 만기가 짧은 단기 채권으로 차환(재조달)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롯데 SK 등 디지털과 친환경 사업 진출 등 조 단위 투자계획을 내놓은 대기업 그룹도 자금조달 전략을 다시 짜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우량 기업은 자금조달 비용이 더 가파르게 뛰면서 재무안정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윤정선 국민대 경영대 교수는 “현재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위기 상황을 상정하고 부채를 조절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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