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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첫 국무총리 후보군에 대한 인사 검증 절차에 들어가면서 주식 백지신탁이 난데없는 관심을 끌었다. 정치권에서 가장 유력한 총리 카드로 꼽히던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선임에 백지신탁이 걸림돌이 된다는 얘기가 세간에 회자되면서다. 안 위원장은 30일 오전 서울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총리직을 맡지 않고 당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지신탁이 총리 고사의 이유인지 묻는 질문에 “백지신탁을 우려했다면 정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백지신탁이란 뜨거운 감자는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고위공직자인 국무총리가 3000만원 이상 주식을 보유하면 임명 두 달 내에 주식을 직접 매각하거나, 수탁기관(증권사)에 백지신탁해야 한다. 해당 수탁기관은 60일 이내에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신탁재산 운용에 있어 수탁기관의 책임은 면책되며, 신탁재산 운용정보 제공 및 관여가 금지된다. 말이 신탁이지 실제로는 ‘강제 처분’을 의무화한 것이다.
안 위원장은 안랩 지분 18.6%(186만주)를 가진 최대 주주다. 30일 종가12만2800원
을 기준으로 22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안 위원장은 “2012년 9월에 정치를 시작하면서 당시에도 업무와 충돌하면 언제든 백지신탁하겠다고 답했다”며 “백지신탁을 두려워했던 사람이 서울시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 나올 수 있었겠는가”라고 애써 해명해야 했다.
그는 당시 “갖고 있는 주식을 한두 달 안에 처분하거나 백지신탁 해야 되는데 주식과 경영권을 이 기간 내에 처분할 수 있는 곳은 그 어떤 나라도 없다”며 “기업인이 공직에 몸담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하소연했다. 주식 처분을 강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기업 지배력을 유지해야 하는 대주주는 공직에 들어올 수 없도록 길을 막아버린 셈이다.
무엇보다 민간 부문의 유능한 인물의 공직 진출을 가로막는 족쇄라는 게 문제다. 공직 사회에 민간 경쟁력 수혈이 시급한 상황에서 백지신탁이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막는 가장 효율적이고 유일한 수단인지는 의문이다. 4차산업 혁명 시대에 낡은 사고방식에 기댄 구태의연한 제도는 아닌지 되묻고 싶다. 기업 경영인의 공직 취임 후 보유 주식을 모두 신탁하되 강제매각 없이 퇴임 후 다시 돌려받는 보관신탁제도 등 개선 방안을 검토해 봐야 한다.
유병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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