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 3사를 비롯해 LF 등 대형 패션기업들은 최근 해외 유명 향수에 꽂혔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 이상 지속되는 상황에서 작은 사치를 즐기는 ‘스몰럭셔리’ 트렌드가 확산하는 추세여서다.
특히 20만~30만원대 고급 향수의 인기가 높아져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다. 백화점 3사는 백화점의 얼굴로 불리는 1층에 향수 매장을 대폭 늘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고급 향수를 들여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하 1층에는 297㎡ 규모의 니치 향수존이 있다. ‘트루동’, ‘퍼퓸드 말리’ 등 향수 애호가조차 이름을 모르는 고급 향수 매장이 10개 이상 들어서 있다. 롯데는 작년 향수 매출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1~3월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40% 뛰었다.
신세계백화점과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 등도 6000억원 향수시장에 뛰어들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딥디크'부터 '바이레도', '에르메스' 향수 등 20~30대가 선호하는 해외 향수 브랜드 8개를 운영하면서 백화점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2014년부터 스웨덴 향수 바이레도를 시작으로 럭셔리 향수 브랜드를 가져왔다. 지난 23일에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딥디크 매장을 열기도 했다.
백화점과 패션회사들이 향수에 몰두하는 이유는 전반적인 화장품 매출 감소 속에 유독 향수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작년 국내 면세시장이 코로나19로 축소되면서 자체 화장품 브랜드 매출이 감소했다.
연 2000억원대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의 매출이 작년 10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이 감소분을 해외 향수 브랜드 매출로 만회하고 있다.
그 결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럭셔리 향수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117% 증가했다. 해외 향수 브랜드의 매장이 2019년 87곳에서 작년 117곳으로 30곳(34%) 불어나는 동안 화장품 매장 수는 35곳에서 31곳으로 줄었다.
신세계백화점이 이번 인사에서 김덕주 신세계백화점 해외패션 담당 상무를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 부문 본부장으로 이동시킨 것도 이 같은 추세와 연관이 있다.
비디비치 등 국내 화장품 매출 감소세를 막고 뽀아레 등 신규 화장품 라인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김 본부장은 12년간 샤넬코리아에서 근무하면서 화장품 부문을 주로 담당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프리미엄 향수 시장은 2018년 처음으로 5000억원을 돌파해 지난해 6250억원으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패션기업 한섬과 LF, 삼성물산 패션부문 등은 최근 경쟁적으로 해외 향수 브랜드를 들여오고 있다. 한섬은 다음 달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향수 편집숍 ‘리퀴드 퍼퓸바’ 플래그십스토어 문을 연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도 입점시킬 예정이다.
LF도 올해 상반기 중으로 자사몰인 lf몰에 ‘조보이’ 향수매장을 출시하고 하반기에는 오프라인에 매장을 낼 예정이다. 프랑스 향수 편집샵 조보이는 제로보암 등 최고 200만원대 고가 향수로 유명하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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