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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적격비용’을 계산해 3년 주기로 연매출 30억원 이하 중소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정해주고 있다. 적격비용에는 조달 비용, 마케팅 비용, 위험관리 비용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적격비용 제도에 맹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가령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하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면 다음 재산정 시기 때 추가 인하 여력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카드사 부담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수수료율을 전년 대비 매출 구간에 따라 0.1~0.3%포인트 더 내리면서 지난 3년간 금리 인하로 조달 비용이 줄어든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앞으론 금리 인상기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향후 몇 년간 적용될 수수료율을 산정할 땐 과거 데이터가 아니라 미래 금리와 경제 상황 예상치가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작년 말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수수료 인하가 소상공인에겐 ‘독’이 될 수도 있다. 카드사는 영세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분을 대형 가맹점으로부터 보전하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그럴 경우 할인이나 무이자 할부 등 마케팅 혜택이 백화점 등 대형 가맹점에 집중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카드사가 특정 기업 특화 혜택을 제공하는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가 업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통해 대형과 중소형 가맹점 간 매출 양극화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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