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격리 끝났어도 피곤·우울…코로나보다 질긴 후유증

입력 2022-04-04 10:00  


“목은 다 나았지만 몸은 여전히 무거워요. 피곤함이 좀처럼 가시질 않네요.”

지난달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직장인 K씨(40)는 자가격리가 풀린 지 2주가 지났지만 피로와 기침, 우울감 등에 시달리고 있다. 사무실에 다시 출근하고 있지만 일이 영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K씨 사례와 같은 코로나19의 장기 후유증을 ‘롱 코로나 증후군(Long COVID)’이라 부른다.
“사람마다 증상도 기간도 달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에 확진되거나 확진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최소 2개월, 통상 3개월간 다른 진단명으론 설명할 수 없는 증상을 겪는 것을 롱 코로나 증후군으로 정의했다. 길게는 6~9개월까지 지속될 수 있고, 사람에 따라 여러 증세가 동시에 올 수도 있다.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000만 명대에 진입하면서 롱 코로나 증후군이 또 다른 경제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활력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AP통신에 따르면 의료계는 코로나19 감염자 3분의 1 이상이 롱 코로나 증후군을 겪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증후군의 흔한 증상으로는 피로감, 기억력·사고력 저하, 미각·후각 상실, 호흡 곤란, 불면증, 우울증, 불안감 등이 꼽힌다. 중증으로 입원하지 않고 가볍게 앓고 넘긴 코로나19 환자도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파악된다.

롱 코로나 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로선 여러 가설이 제기되는 수준이다. 우선 초기 감염 이후 바이러스가 몸 안에 남아 염증을 계속 일으키거나, 바이러스가 잠복했다가 재활성화하면서 후유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있다. 코로나19를 앓은 뒤 자가면역반응이 생기면서 후유증을 불러온다는 분석도 나왔다. 롱 코로나 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해 특별히 승인된 치료법은 없다. 물리치료와 진통제, 약물 등을 활용하는 정도다.
후유증 치료법 찾는 연구 ‘시동’
학계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이 롱 코로나 증후군의 새로운 치료법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며 연구를 진행 중이다. 면역생물학자인 아키코 이와사키 예일대 교수는 일부 증후군 환자가 백신 접종 후 증상이 호전됐다는 보고를 받은 뒤 관련 연구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감염 전 백신을 맞아두면 롱 코로나 증후군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영국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성인 6000명 대상 연구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집단은 9.5%가 롱 코로나 증후군을 경험한 반면 접종하지 않은 집단은 14.6%를 기록했다.

중증화율·치명률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도 롱 코로나 증후군을 야기할 위험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한국인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코로나19를 거친 만큼 롱 코로나 증후군 환자 급증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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