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싸 온 신입 vs 국밥 먹자는 팀장…누가 편들어야 하나 [이슈+]

입력 2022-04-03 08:43   수정 2022-04-03 08:44


팀장 "내가 너무 신입에게 심하게 군 것 같은데, 같이 점심 먹으며 풀어야겠다"

신입 "제발 나 좀 내버려 둬. 점심시간은 근로 시간도 아니란 말이야"

이른바 'MZ세대'와 '꼰대'의 직장 생활 속 속마음을 담아낸 유튜브 콘텐츠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네티즌들은 "현실 고증이 제대로"라며 호평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이들은 이와 동시에 MZ세대와 기성세대 각각의 '대변인'을 자처해 열띤 토론도 벌이는 중이다.

최근 이런 콘텐츠를 통해 인기를 끌고 있는 유튜버는 Sh수협은행이다. 은행 측은 앞서 홍보 차원이 아닌 '인간미'가 담긴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기성세대와의 공감대 형성 및 MZ세대들과 꾸밈없이 소통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은행 관계자는 "기초적인 채널 관리를 제외한 모든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은 은행 직원들이 맡아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화제를 모은 시리즈는 바로 'MZ세대 vs 꼰대, 점심 편'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든 기다리게 되는 점심시간. 이 순간을 향한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시각차를 드러낸 시리즈다. 신입과 팀장의 입장이 영상 각각 한 편씩에 담겼다.



먼저 신입 입장의 영상을 보면 오전 회의에서 팀장에게 꾸중을 들은 신입은 점심시간이 되자 "유난히 힘든 아침이었다. 식이섬유와 오메가3가 가득한 나의 다이어트 도시락과 어제 보다만 미드(미국 드라마)로 힐링을 좀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이때 팀장이 다가와 신입의 어깨를 툭 치며 "오늘같이 점심 어때?"라고 묻는다. 이에 신입은 "제발 나 좀 내버려 둬"라고 생각한 뒤 팀장에게 "제가 요새 다이어트를 하느라 도시락을 싸 다닌다"고 에둘러 거절한다.

그러나 팀장은 "다이어트?"라며 "남자가 무슨 다이어트를 해? 그러지 말고 나가서 같이 먹자고. 요 앞에 기가 막힌 국밥집이 있어. 내가 한 그릇 사줄게"라고 한다.

신입은 속으로 "점심시간만큼은 양보할 수가 없다. 근로계약상 점심시간은 근로 시간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이건 내 자유다. 한우 꽃등심이래도 팀장과 먹는 거면 죽어도 안 간다"고 생각하면서 "죄송합니다. 나중에 같이 드시죠"라고 끝내 거절한다. 팀장은 "밥을 먹어야지. 무슨 풀떼기를 먹고 일한다고"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면서 홀로 자리를 뜬다.


이제 팀장의 속마음을 들여다보자.

팀장은 "아무래도 회의 시간에 내가 신입에게 너무 심하게 군 것 같다. 같이 점심 먹으며 풀어야겠다. 같이 밥 먹고 하면서 푸는 거지"라며 신입과의 점심 식사를 결심한다.

모처럼 마음을 써서 식사를 제안했지만, "다이어트 도시락을 먹겠다"고 거절해온 신입. 한 번 더 도전해봤지만, 신입은 결국 다이어트 도시락을 먹겠다고 했다. 이에 팀장은 "나만의 생각이었나 보다. 실패다. 도대체 조직 생활엔 관심이 1도 없는 족속이다. 이럴 거면 회사를 뭐 하러 다니는 건지. 혼자 사업을 하던지. 스트레스받는다. 수육에다가 막걸리 한 사발 말아야겠다"고 착잡한 심경을 토로한다.

네티즌들은 "완전 공감", "현실고증 제대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댓글 창에서 활발히 토론을 벌이고 있다. "다이어트라고 하지 말고 의사가 이렇게 먹으라고 했다고 하면 좋다"는 조언을 남긴 네티즌도 있었다.

신입 편에 선 네티즌들은 "진짜 점심은 혼자 먹는 게 편하다", "제발 남의 일에 참견 좀 안 하면 안 되나", "우리 부장님이 이거 보면 좋겠다", "저 대화로 이미 점심시간 10분 날렸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팀장 편에 선 네티즌들도 상당히 많았다. 이들은 "근로계약서 운운할 거면 업무시간에 담배나 피우러 가지 마라", "저 팀장 정도면 엄청 젠틀하신 편", "이미 본인이 심하게 군 걸 인지하는 거부터가 완전히 꼰대는 아닌 것 같다", "저 직원이 사회생활을 진짜 못 한다", "사회생활 7년 차로서 저런 팀장님은 진짜 천사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말 MZ세대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을 718명으로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준생들은 '취업 후 꿈꾸는 직장인의 모습'에 대해 '내 집 마련 등 경제적으로 안정된 모습'(35%), '뛰어난 업무처리 능력으로 인정받는 프로의 모습'(33%), '여행 등의 여가를 즐기는 여유 있는 모습'(16.3%) 등을 우선으로 꼽았다.

'동료들과 사적으로도 친하게 지내는 모습'은 단 5.4%에 그쳤다. 신입이 그토록 '혼밥'(혼자 밥 먹기)에 열중했던 이유에 대한 방증으로 보인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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