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리셀(되팔기) 플랫폼인 크림이 무신사가 판매한 피어오브갓 에센셜을 가짜라고 지목하면서 두 회사 간 신경전이 고조됐다. 제조사인 피어오브갓이 “(무신사가 판매한 제품은) 진품이 아니다”고 결론 내면서 약 석 달간의 공방전이 크림의 승리로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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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오브갓은 국내 20대 남성이 열광하는 브랜드다. 무신사는 피어오브갓 에센셜 라인의 ‘3D 실리콘 아플리케 박시 티셔츠 20SS’ 화이트·차콜 상품을 무신사 부띠크에서 10만원에 판매했다.
크림은 무신사가 수입·판매하는 이 제품이 가짜라고 지난 1월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후 두 회사는 서로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무신사는 크림과 치고받는 과정에서 “이 제품은 글로벌 공식 유통사를 통해 들여온 만큼 진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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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신사의 명품 유통구조가 문제가 됐다. 무신사는 제조사에서 상품을 직접 받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유통사에서 상품을 가져오는 형태다. 이번에 논란이 된 피어오브갓 제품도 유통사인 팍선을 통해 들여왔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머스트잇과 발란을 포함한 대다수 명품 플랫폼이 제3자로부터 상품을 받는다”며 “이 과정에서 가짜가 섞여 들어오면 걸러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소비자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머스트잇 등 패션 플랫폼 업체들은 가짜 판매 시 제품 가격의 200%를 보상하는 제도를 도입했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가 사비를 털어 명품감정원에 의뢰해 위조품 판정을 받아야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에서는 크림 등 리셀 플랫폼이 활성화하면서 진·위조품 논쟁이 확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리셀 플랫폼이 진·위조품 판정의 심판자 역할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크림은 나이키 신발을 비롯해 다양한 패션 브랜드의 진·위조품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크림 관계자는 “가짜 상품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기 때문에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면 위조품의 99%를 걸러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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