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총 상위 100개 제조업체가 지난해 올린 영업이익은 132조8985억원으로, 직전연도인 2020년(69조3699억원) 대비 91.6% 증가했다.
삼성전자를 빼면 영업이익 증가율은 오히려 커진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99개 제조업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1조2646억원으로, 2020년(33조3760억원) 대비 143.5% 증가했다. 2020년에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99개 제조업체 영업이익이 2019년(34조3846억원)보다 2.9% 적었다. 2020년 초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대부분의 제조업체가 부진을 겪었고, 삼성전자만 ‘나홀로 호황’을 누렸다는 뜻이다. 이때부터 산업계에는 ‘삼성전자 착시효과’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지난해 국내 제조업은 이 같은 삼성전자 착시효과가 예년 대비 크게 감소했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지난해 삼성전자 실적이 부진했던 것도 아니다. 삼성전자의 작년 영업이익은 51조6338억원으로, 전년(35조9938억원) 대비 43.5% 늘었다. 역대 최대였던 2018년(58조8866억원)에 버금가는 수치다. 영업이익 증가 규모도 전체 100개 기업 중 가장 컸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00개 제조업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9%로, 전년(51.9%) 대비 10%포인트 이상 줄었다. 코로나19 사태 직전 해인 2019년(44.7%)에 비해서도 5.8%포인트 감소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정유와 자동차 등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업종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데다 신규 사업도 조기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모든 업종이 고르게 성장하면서 삼성전자 착시효과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이른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차전지 배터리와 바이오·의료업종도 작년 영업이익이 2020년 대비 각각 1조7013억원, 1조4336억원 증가하면서 차세대 ‘스타 제조업’의 입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반면 조선업종은 지난해 후판 등 원가 상승분을 충당금으로 대거 반영하면서 영업손실이 커졌다. 시총 상위 100개 제조업체 중 영업손실이 가장 큰 상위 3곳을 대우조선해양(-1조7546억원), 한국조선해양(-1조3848억원), 삼성중공업(-1조3119억원) 등 조선 ‘빅3’ 업체가 차지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2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했기 때문에 올해 실적은 한층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C&E와 한일시멘트 등 시멘트 업종도 지난해 원재료인 유연탄 가격 상승 여파로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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