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일 새 정부 국무총리 후보에 한덕수 전 총리를 확정한 것은 ‘경제총리’를 통해 정권 초기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미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자국 이익을 놓고 첨예하게 갈등하는 신냉전 시대에 필요한 외교·안보 분야의 국정 경험을 두루 갖춘 것도 총리 후보로 낙점한 요인이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임명 동의가 필요한 여소야대의 정치 현실도 고려됐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엔 취임과 동시에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여러 정권에 걸쳐 검증된 한 전 총리의 국정 경험은 가장 큰 강점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경제기획원 출신인 한 전 총리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모두 중용됐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화합형 총리’라는 평가도 있다. 한 전 총리는 자녀가 없는 데다 재산과 병역에도 흠결이 없어 과거 수차례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특별한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윤 당선인 측 내부에선 한 전 총리의 기용에 대해 “참신성이 떨어지고 ‘올드’한 이미지를 준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고 한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 등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이미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정치인들이 포진된 것도 이런 부정적인 비판의 근거가 됐다. 윤 당선인은 이런 비판 의견에 대해 “나이, 지역을 따지지 말고 능력과 전문성을 우선하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대신 향후 꾸려질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엔 상대적으로 젊은 전문가들을 중용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은 여소야대 정치 상황을 고려해 현역 의원들은 가급적 청와대, 내각에 기용하지 않는 방침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통령 비서실장 등 하마평에 올랐던 장제원, 이태규, 권영세 의원은 모두 당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윤 당선인 측근과 협력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될 수 있다. 당내 일각에선 벌써부터 “대선 승리에 기여했지만 과실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흘러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적으로 여소야대 상황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에 소극적인 관료들을 다잡을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야당의 협조와 부처 간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가 성과를 내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욱/성상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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