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찾은 서울 안암동 고려대 앞 한 카페. 노트북으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테이블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1층 20개 테이블 중 14개가 카공족들이다. 2층은 두 자리를 제외한 전 좌석이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4인 테이블을 혼자 독차지한 경우가 대다수. 학생들은 짧게는 1시간30분에서 길게는 4시간 넘게 자리를 지켰다.
카공족 입장에선 나름의 사정이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로 학교 열람실 좌석이 부족하고, 대면 수업 직후 비대면 강의가 바로 이어지면 갈 만한 장소도 딱히 없기 때문이다. 마이크 사용도 문제다. 고려대 3학년 박상희 씨(23)는 “비대면 강의라도 교수님이 언제 말을 시킬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든 말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반면 카페 사장들은 매출 감소가 발등의 불이다. 코로나19 완화로 대면 강의가 일부 재개되면서 대학가 상주인구가 늘어난 건 반가운 변화. 하지만 비대면 수업을 듣기 위해 카페를 점령하는 학생이 더 많이 증가한다는 게 문제다. 서울 관악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고모씨(44)는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카공족이 30% 늘어난 것 같다”며 “전체 손님 중 절반이 넘는 수가 카공족인 날도 있다”고 말했다.
가게 인테리어를 바꾸는 경우도 나타났다. 대학가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윤모씨(29)는 “테이블 높이를 무릎 정도로 낮춰 강의를 듣기 불편하게 했다”며 “카페 회전이 비교적 잘된다”고 귀띔했다.
아예 카공족 전용 카페로 탈바꿈하는 곳도 생겨났다. 트렌드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콘센트도 늘리고 카페 음악 역시 마이크를 사용하는 데 방해되지 않도록 바꿨다”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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