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의 독주에 균열이 생긴 건 2020년부터다. 2위 사업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해외시장과 특정 테마에 투자하는 ETF를 잇달아 출시했다.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대표지수 추종 ETF와 레버리지·인버스형 ETF에 안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개척자가 20년 만에 주식형 ETF 1위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 배경이다.
2020년 말부터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코스피 상승세가 둔화되기 시작했고, 작년 6월에는 3300에서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직접 투자도 늘었지만, 이보다 손쉽게 해외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ETF 수요가 급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0년 전부터 해외주식형 ETF의 기반을 닦았다. 2010년 미국 나스닥100지수에 투자하는 ‘TIGER미국나스닥100 ETF’, 2011년에는 미국 S&P500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S&P500 ETF’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2017년부터는 테마형 해외주식 ETF 포트폴리오를 하나씩 구축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친환경, 전기차 등 신성장 산업이 주목받으면서 자연스레 투자금이 유입됐다. 중국 전기차 산업에 투자하는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ETF’는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 2위(3조1098억원), TIGER 미국나스닥100 ETF는 순자산총액 3위(2조2152억원)로 성장했다.
해외주식형 ETF 수익률이 국내주식형을 압도하면서 투자금은 더욱 미래에셋으로 쏠렸다. 코스피가 조정받으면서 삼성자산운용 대표 상품인 KODEX 200 ETF는 최근 1년간 12.6% 하락했다. 코스피 등락률의 두 배로 움직이는 ‘KODEX 레버리지 ETF’는 23.7% 손실을 냈다.
반면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ETF는 1년간 40.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TIGER 미국나스닥100 ETF도 25.6% 올랐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는 “해외주식형 ETF 시장을 선점한 TIGER ETF로 투자자들이 몰렸다”고 말했다.
2020년 말 기준 전체 ETF 시장 점유율은 삼성자산운용 52%, 미래에셋자산운용 25.3%였다. 올해 3월 기준으로는 삼성자산운용 41.3%, 미래에셋자산운용 37.2%다. 1년3개월 만에 격차가 26.7%포인트에서 4.1%포인트로 대폭 축소됐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전체 점유율 순위 1위 자리를 수성하려는 삼성자산운용과 역전하려는 미래에셋자산운용 간 경쟁이 올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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