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 탈피…윤석열 "내각에 권한 주되 책임 묻겠다"

입력 2022-04-03 17:43   수정 2022-04-04 01:27

“자신이 함께 일할 사람들을 선발하는 문제에 대해선 장관의 의견을 가장 중시할 생각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3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각 인선 방향을 묻는 질문에 “가장 가까이서 일할 사람의 의견이 제일 존중돼야 한다는 것에 저나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생각이 일치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총리에게 내각을 통할하는 권한을 맡기는 ‘책임총리제’와 함께 각 부처 장관에게 인사권 등에서 자율성을 부여하는 ‘분권형 책임장관제’ 도입을 시사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검사 시절부터 하급자에게 확실한 권한을 주고 결과에 책임을 물어온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통령과 총리, 장차관 함께 책임”

윤 당선인은 이날 총리 후보자 인선을 직접 발표하면서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제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윤 당선인은 “정부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과 총리, 장관과 차관 같은 주요 공직자들이 함께 일하고 책임지는 구조로 돼 있다”고 했다. “국정 운영의 궁극적인 책임은 대통령에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총리와 장·차관 등 내각 구성원의 책임과 역할을 함께 강조한 것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대선에서 ‘제왕적 대통령’을 ‘국민과 함께하는 대통령’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과 함께 총리 및 장관의 자율성·책임성 확대를 꼽았다.

특히 책임총리에 대해선 “헌법상 보장된 국무위원 제청권 행사를 충분히 보장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왔다. 이와 관련해 한 후보자는 “저와 윤 당선인은 내각에 들어갈 인사로 누가 적절한지 구체적인 명단을 놓고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한 후보자에게 ‘야당과의 협치’도 주문했다. 책임총리가 각 부처를 총괄하면서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와 협의를 통해 입법과제를 원만히 해결해나가는 모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관료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총리직을 경험한 한 후보자는 이런 역할을 수행할 최적임자라는 것이 윤 당선인 판단이다.

윤 당선인은 책임장관제 도입 의지도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13일 한 토론회에서 “내각제 요소가 가미된 대통령 중심제라는 헌법 정신에 충실하게 정부를 운영하겠다”며 “각 부처 장관에게 전권을 부여하되 결과에 대해 확실하게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켜 사실상 내각제에 준하는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참모 대신 장관이 국정 주도하나

윤 당선인의 이런 국정 운영 철학은 특유의 ‘윤석열식 인사 스타일’에 기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은 평소 지인들에게 “일보다 인사가 우선”이라며 “인사가 잘돼야 일도 잘된다는 것이 내 지론”이라고 강조해왔다.

윤 당선인은 26년간 검사 생활을 하면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검사와 수사관 등을 합해 8000명이 넘는 검찰조직의 수장으로 일해본 만큼 인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전언이다.

인사권에 대한 윤 당선인의 소신은 그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는 과정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당시 윤 당선인은 “특수부와 공안부 등을 관할하는 세 명의 차장검사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하는 조건이 아니면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정권 핵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이 이처럼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지금까지 청와대 참모에 의존해온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최근 측근들과 향후 국정 운영 방안을 논의하면서 “장관에게 인사권을 주고 책임을 확실하게 지우면 오히려 인사를 함부로 못 하고 정말 잘할 수 있는 적임자를 쓰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보고 방침에 대해선 “참모를 거치기보다는 장관을 불러 직접 보고받겠다”며 “참모는 국정 운영 조율과 지원 역할만 맡고 실질적으로 내각이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때도 중요한 수사 보고를 받을 땐 항상 선임검사가 배석하도록 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사무관 등 실무자를 불러 직접 보고받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당선인의 이런 성향이 책임총리·장관제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이 나서 각 부처 정책의 세세한 디테일까지 챙길 경우 자칫 책임장관의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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