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을 내비쳤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신음하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최근 독일 통계청은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7.3% 상승한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4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투자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표적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인 원자재와 리츠(REITs)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개별 종목에 투자할 때는 시장 지배력이 높고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기업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과거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주요 자산군 가운데 원자재만 실질수익률이 플러스를 기록했다. 실질수익률은 명목수익률에서 인플레이션율을 뺀 값이다. 원자재 유형별로는 에너지, 산업금속, 귀금속, 농산물 순으로 수익률이 높았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의 앨버말(티커명 ALB)과 글래드스톤(LAND)을 추천 종목으로 꼽았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앨버말은 리튬 가격 강세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며 “글래드스톤은 미국 농지를 많이 보유한 리츠 기업으로 농산물 가격과 농지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세계 원자재 생산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 글로벌자원생산기업’을 추천했다.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리츠와 배당주도 유망한 투자처로 꼽혔다. 리츠는 실물 자산(부동산)을 기초로 하고 물가 상승분을 임대료에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국면에 유리하다. 삼성증권은 추천 펀드 2개를 ‘삼성배당주장기펀드’와 ‘이지스고배당리츠플러스부동산투자펀드’로 채웠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의 대표 리츠 ETF인 ‘뱅가드 리얼이스테이트(VNQ)를 추천했다.
시장 지배력과 가격 전가력이 높은 기업을 눈여겨볼 만하다는 조언이다. 네 개 증권사 중 세 곳이 삼성전자를 추천 종목으로 꼽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작년 18.5%에서 올해 18.9%, 내년에는 20.0%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익 모멘텀이 유지되고 마진율이 높은 정보기술(IT) 업종이 유리하다”며 유망 ETF로 ‘TIGER 200 IT’를 제시했다.
요동치는 해상·항공 운임에 투자하는 ETF도 있다. 지난 1월 상장한 ‘US 글로벌 시 투 스카이 카고(SEA)’의 기초지수는 해운회사를 70%, 항공 화물회사를 30% 비중으로 담는다.
올초 상장한 ‘레어뷰 인플레이션·디플레이션 ETF(FLTN)’는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 등에 투자하면서 인플레이션·디플레이션 환경에서 물가 상승률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내는 걸 목표로 한다. 작년 11월 상장한 ‘디멘셔널 인플레이션-프로텍티드 시큐리티 ETF(DFIP)’도 비슷한 투자 전략을 구사한다.
서형교/구은서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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