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04일 11:1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쌍용자동차의 새 주인을 찾는 회생 인수합병(M&A) 방식은 스토킹 호스(가계약 후 경쟁입찰)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원매자와 가계약을 먼저 체결한 뒤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이 방식은 더 좋은 조건의 원매자와 안정적으로 빠르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어 최근 회생 딜에서 자주 채택됐다. 올해 10월 15일까지 거래를 종결해야 하는 쌍용차의 시간 제약 때문에라도 스토킹 호스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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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쌍용자동차의 재매각을 위해 쌍용차와 매각주관사인 EY한영은 이번 주 중 서울회생법원과 매각 방식을 논의할 예정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공개 경쟁입찰을 하게 되면 우협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에디슨모터스처럼 또 어그러질 수도 있기 때문에 한 곳을 우선 선정해둔 뒤 경쟁입찰을 하는 스토킹 호스가 유력하다"고 전했다.
현재 쌍용차 인수를 희망하는 곳은 쌍방울그룹 외에도 2~3곳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그룹은 특장차 전문업체인 계열사 광림을 앞세워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 중인 단계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현재 그룹 임직원들이 TF를 구성해 인수전 참여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안을 짜고 있다"며 "여러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접촉해오고 있지만 아직 구조를 완성한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KH그룹도 광림컨소시엄에 참여할지 여부를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H그룹은 최근 대한조선 인수 우협으로 선정되는 등 적극적으로 M&A에 나서고 있다. 컨소시엄에 참여할 경우 광림이 전략적 투자자(SI)로 나서고 KH그룹 내 계열사 몇 곳이 FI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만약 쌍용차를 스토킹 호스로 재매각할 경우를 대비해 쌍방울그룹도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그룹은 지난해 스토킹 호스로 진행된 이스타항공 인수전에도 참여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스토킹 호스는 일단 특정 원매자 한 곳과 가계약을 맺은 뒤 그 조건을 공개하지 않은 채로 공개 입찰을 하는 방식이다. 만약 공개 입찰에서 우협으로 선정된 원매자의 희망금액 등 인수조건이 가계약자(호스)보다 좋을 경우엔 매각측이 가계약자에게 "우협의 조건을 받을 것인가"를 묻게 된다. 가계약자가 이를 수용할 경우 우협의 조건대로 가계약자가 본계약을 맺고, 그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차순위자인 우협이 본계약을 맺는 구조다. 만약 우협의 조건이 더 나쁘면 가계약자가 본계약을 맺는다. 즉, 호스라는 '보험'을 들어놓고 경쟁입찰을 진행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매각을 완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경쟁입찰을 하는 시간에도 가계약자가 실사 등을 진행하기 때문에 속도도 빠른 편이다.
쌍용차 M&A는 서울회생법원의 회생계획 인가 마감일인 10월 15일까지 완료돼야 한다. 실사, 채권단과의 합의 등 매각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이번주 내에는 매각 방식을 확정하고 이달 내 유력 후보가 확정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앞서 이스타항공에서 가계약자인 성정에 밀려 우협인데도 인수를 못 하게 된 광림컨소시엄은 발빠르게 호스 기업에 선정되기 위해 애쓸 것"이라며 "얼마나 탄탄한 FI를 확보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쌍용차 M&A의 우협이었던 에디슨모터스는 지난달 3029억의 인수대금 중 2743억여원을 입금하지 않아 계약이 해제된 바 있다. 당시 회생계획안에 담긴 회생채권 변제율(1.75%)이 너무 낮다는 상거래채권단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재매각의 핵심 쟁점은 인수대금 액수와 변제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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