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용 로봇을 사용하는 건물은 보통 천장에 둥근 표식(마커)이 그려져 있거나 바닥에 QR코드가 설치돼 있다. 로봇이 마커나 QR코드를 토대로 위치를 인식하고 움직이는 방식이다. 스타트업 트위니가 개발한 물류 로봇 '나르고'는 마커 등이 없이 움직이도록 설계된 게 다른 점이다. 3차원(3D) 라이다 센서가 부착된 '자율주행' 로봇이기 때문이다. 라이다는 레이저 펄스(빛)로 대상을 탐지해 3차원 공간 정보를 인식하는 광학장비다.
트위니 창업자 천영석 대표는 "나르고는 라이다를 기반으로 장애물을 인식하고 스스로 지도를 그리면서 경로를 찾는다"며 "라이다는 연산량이 많아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연산량을 확 줄였다"고 4일 밝혔다.
나르고는 자율주행 로봇이기 때문에 마커 등 인프라 설치비를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인프라 훼손에 따른 유지·보수 비용이 들지 않고 작업 중단 우려도 적다는 평가다. 현장 작업자가 많거나 환경 변화가 잦은 실내에 최적화돼 있다는 설명이다. 천 대표는 "나르고가 한 대 이상인 경우, 물건 발송자가 앱으로 수신자를 지정하면 가장 적합한 로봇이 자동으로 배정된다"며 "로봇 서버를 건물 엘리베이터 서버와 연동하면 로봇이 직접 엘리베이터를 호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특·장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수요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는 "작년 30억원 안팎이었던 회사 매출이 올해 1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기업가치가 1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인정 받아 예비유니콘으로도 선정됐다.
트위니는 올해 공장 물류에서 일상생활 물류로 확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진과 지난달 업무협약을 맺고 택배 트럭이 배송지에 도착한 후 물류 마지막 단계인 문앞 배송을 택배 기사 대신 로봇이 하는 실증사업을 진행하는 게 좋은 예다. 천 대표는 "인프라 없이 실외에서도 움직이는 로봇 상용화에 속도를 내겠다"며 "코스닥 시장 기업공개(IPO) 준비도 순항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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