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에서 철수하면서 러시아군에게 성폭행당했다는 우크라이나 피해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광범위한 성폭행을 벌인 정황이 포착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밀려나자, 이 지역 여성들은 현지 경찰·언론·인권 단체에 성폭행 피해를 신고했다.
집단 성폭행을 비롯해 러시아군이 총으로 위협을 가하거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성폭행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라 스트라다 우크라이나' 측은 "소녀와 여성들로부터 도움을 바란다는 긴급 전화를 여러 번 받았지만, 폭격 때문에 이들에게 다시 연락하거나 물리적으로 돕는 게 불가능했다"며 "강간은 심지어 평화로운 시기에도 보고되지 않는 범죄이자 오명을 쓴 문제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까 봐 걱정"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도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체르니히우, 키이우 등 지역에서 성폭행을 비롯한 전쟁 범죄를 저지른 사례들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0일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도 러시아 군인에 의해 성폭행 피해를 본 생존자의 인터뷰를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브로바리 지역에 살았던 나탈리아(33·가명)는 인터뷰에서 "러시아 군인들이 남편을 총으로 사살했고, 2명의 군인이 어린 아들 앞에서 자신을 강간했다"고 증언했다.
나탈리아는 "많은 피해자가 두려움 때문에 침묵을 택할 것이고 또 많은 사람은 이런 끔찍한 일이 실제 일어났다는 걸 믿지 않으려 한다"면서 "러시아 측이 사건의 책임을 회피하고 러시아 병사들은 성폭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식으로 부인하는 걸 보고 인터뷰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전시에 벌어지는 성폭행은 1998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관한 로마 규정'이 제정된 이후 줄곧 전쟁 범죄의 한 종류로 다뤄져 왔다.
우크라이나 당국과 ICC는 신고가 들어온 성폭행 사례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계획이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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