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놀랄 정도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7.9% 오른 것으로 집계됐지만, 이건 통계일 뿐이다. 미국에 사는 데 필수적인 주택 월세와 자동차, 기름, 음식료 등은 20~40%씩 올랐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평균 가계가 작년과 똑같이 소비할 경우 올해 5200달러(월 433달러)씩 더 내야 한다고 추정했다.
물론 소득도 높아졌다. 2월 개인소비지출(PCE) 통계를 보면 시간당 임금은 1년 전보다 5.6% 상승했다. 하지만 물가(7.9%)를 고려하면 실질 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인플레이션이 일종의 세금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물가세(inflation tax)라고 부른다.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팬데믹이 없었다면, 그리고 팬데믹이 있었더라도 엄청난 부양책이 없었다면 인플레이션을 겪지 않았을 것”(하버드 가제트, 2022년 2월)이라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으로 미국인들의 소득이 한 달에 500억달러 감소하자 정부는 한 달에 1500억~2000억달러를 뿌렸다. 그것이 과잉 수요로 이어져 물가가 7%까지 치솟았다는 게 놀랄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미 연방정부는 지난 2년간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하는 6조달러의 부양책을 집행했다. 그리고 Fed는 미 국채 등을 4조달러어치 이상 사들여 이를 지원했다.
게다가 Fed는 물가를 잡겠다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5월부터는 2000년 이후 처음 50bp(1bp=0.01%포인트)씩 올릴 것이란 예상이다. 금리가 뛰면 저금리 속에 빚을 낸 수많은 미국인의 부담은 커질 것이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돈을 찍으면 인플레이션은 따라온다는 뜻이다. ‘국민을 위해 돈을 찍는다’고 밝혀온 아르헨티나는 대표적 인플레이션 국가다. 이 나라의 물가상승률은 2019년 53%, 2020년 42%였고 지난해 50.9%를 기록했다. 국민들이 그만큼 물가세를 냈다는 뜻이기도 하다. 프리드먼이 말했듯 “공짜 점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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