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관료제 뛰어넘어야 규제개혁 이룰 수 있다

입력 2022-04-04 17:06   수정 2022-04-05 00:15

지난달 31일 인수위경제2분과는 당선인에게 업무보고를 했다. 가장 큰 비중은 ‘규제 혁파’라고 한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산업혁신전략회의를 통해 규제개혁 방안과 산업의 혁신 방안을 마련하고, ‘규제영향평가분석센터’를 내실화해 신설규제, 규제 비용 정보 제공 등의 제도도 추진한다고 한다. 나라가 당면한 규제개혁의 크고 깊은 난관에 비해 너무 간단하고 쉽게 생각하는 듯해 안타까운 마음이다.

우리나라는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 우버(Uber)를 억누르다가 오히려 독점적인 택시 플랫폼을 허락했다. 모빌리티가 죽은 것이다. 한때 최고 수준이었던 생명공학 연구와 개발 시도도 곳곳에서 좌절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의 첨단성을 잃었다. 데이터가 없어서 빅데이터는 겉돌고, 클라우드 진입규제로 토종 개발업체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인공지능(AI) 손발이 잘리고 있다. 우리 역사상 최초로 글로벌 메가폴리스의 잠재력이 있는 수도권도 각종 덫에 걸려 신음하는 맹수의 꼴이 됐다. 왜곡된 상태로 극도로 경직된 노동시장은 기업들을 숨 막히게 하고 인재의 창의와 자기 계발 노력을 부러뜨렸다. 이것이 규제의 질곡으로 인한 현재 모습이다.

우리의 규제는 간단하지 않다. 첫째, 우리나라의 규제는 개발도상 과정에서 국가의 근간인 제도와 한 몸으로 제작됐고 그 관행과 정체성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어느 것이 국가의 정신과 제도인지, 어느 것이 규제인지 쉽게 알아보기 힘들다. 둘째, 기득권과 관료제의 결탁이 지난 수십 년간 너무 공고해졌다. 어디까지가 기득권인지, 공의인지, 관료제의 이권인지 분별이 되지 않는다. 셋째, 민간의 도전을 애초부터 질식시키는 진입규제가 대부분 분야에 걸쳐서 너무 많다. 국민의 자발적 도전을 뿌리째 뽑아내고 있는 것이다. 넷째, 대부분의 규제가 중첩적으로 부담을 주고 있고 그 형식이나 방식이 구태의연하다. 하품이 나고 정부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뚝뚝 떨어트린다. 결과적으로 특수이익을 국민들이 구태의연한 절차로 납부하는 형국이다. 국민이 힘겨운 것은 당연하다. 창업하기도 힘들고, 취직하기도 힘들고, 혁신하기도 힘들다.

이런 상태를 타파하는 것은 진정 쉽지 않다. 강고한 기득권에 기반해 관료제가 저항하고 있고 또 규제개혁의 요구를 어떻게 회피할지 노하우도 오랜 세월 축적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관료제의 연기력도 뛰어나고, 개혁압력에 대한 내성의 수준도 매우 높다. 게다가 규제개혁은 현대적인 이슈에도 취약한 면이 있다. 불확실성과 안전이 그것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국가와 정치인들이 안전과 위안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엄연히 존재하고 규제가 완화되면 국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으리라는 두려움도 높다. 심각하게 오도되고 섣불리 믿어지는 스토리지만 그 또한 국민의 염려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비전, 무개입, 자유, 위험 부담이 핵심이다. 대통령의 비전으로 관료제의 이익 구조를 초월해 타성과 관행을 파괴해야 한다.

첫째, 국민 모두가 규제개혁을 향유하고 사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엄청나게 어려운 과제, 이를테면 수도권 규제나 노동시장 규제를 혁신적으로 재설계해 전혀 새로운 세상을 열어 보여줘야 한다. 기존의 사고와 관행을 경천동지하게 변혁시켜야 한다. 청와대가 아니라 용산인 것처럼 말이다. 그래야 국민들이 규제개혁을 믿고 다소의 희생과 고통을 참으면서 같이 나아가려 할 것이다. 둘째, 정부 개입을 무조건 줄여야 한다. 나라의 모든 부분에서 그렇다. 지원, 촉진, 진흥, 민관협력 등으로 포장된 정부 개입은 민간을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으로 실질적으로 전환시키고 감사의 대상으로 옥죄게 된다. 규제개혁이 자유와 도전을 창발한다. 셋째, 피규제자 입장에서 규제를 통째로 없애줘야 한다. 정부 부처가 발표하는 규제 철폐 사례는 언제나 부분적이었다. 피규제자에겐 아직도 여러 개가 남아 있고 규제의 부담은 사실상 변하지 않았다. 넷째, 위험과 불확실성이 있는 부분은 정부가 위험을 떠안고 민간이 진취적으로 상상과 창의를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반대로 민간에 부담을 떠넘기고 주인처럼 다리 꼬고 검열만 하는 정부는 폭력이며 무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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