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또 빠진 스토킹 가해자 격리책

입력 2022-04-04 17:05   수정 2022-04-05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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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세 모녀 살인’ ‘제주도 중학생 살인’ ‘은평구 공인중개사 살인’ ‘김병찬 사건’ ‘이석준 사건’ ‘구로구 스토킹 살인’….

지난 1년간 언론에 보도된 최악의 스토킹 범죄만 여섯 건에 달한다. 이 중 세 건은 피해자가 스토킹 피해를 신고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와중에 벌어진 참극이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같은 실패가 반복될 때마다 가해자의 철저한 격리가 최우선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찰 내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스토킹처벌법도 경찰의 긴급응급조치, 법원의 잠정조치로 가해자의 접근을 막고는 있지만, 법망을 피해 2차 범죄를 시도할 경우엔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여성가족부가 최근 여성폭력방지정책 기본계획을 마련해 문제 해결의 진전을 기대하게 했다. 경찰청과 법무부까지 가세해 수립한 스토킹 대응책은 크게 두 가지다. 기존 1000만원 과태료 처분을 형사처벌로 상향한다는 것, 법원이 잠정조치를 결정한 뒤 그 결과를 경찰에 의무적으로 통지하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현장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기존 처벌 강도를 높이는 대책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피해자의 반경 100m 이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 긴급응급조치 명령에도 가해자는 흥신소까지 동원해 거주지를 찾아냈고, 피해자와 가족을 해쳤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이성적 감정이 개입한 스토킹 범죄의 특성상 가해자는 사후에 어떤 처벌을 받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접근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잠정조치 4호도 마찬가지다. 가해자를 최대 1개월 구속시킬 수 있지만 실제 집행까지는 경찰, 법원 등을 거치는 데 긴 시간이 걸리는 데다 경찰의 신청도 반려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다. 구속영장 신청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달 구로구 살인의 경우 사건 이틀 전 경찰이 피해자의 술집에서 난동을 부린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구속영장까지 신청했으나, 검찰이 영장을 반려한 지 이틀 만에 피해자가 숨졌다.

피해자에게 접근하면 어떤 벌을 내릴지가 문제가 아니라 원천적으로 접근이 불가능하게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잠정조치 4호 집행 절차를 단축하거나 구속영장을 신속하게 발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해자를 제때 구속해 분리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최근 경찰은 검찰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잠정조치 4호를 신청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검찰과 법원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기 전 전향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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