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사진)이 지난달 3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하자 이런 비판이 쏟아졌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12년 대선,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에 이은 네 번째 중도 사퇴였다. 그의 정치적 미래에 대한 우려가 잇따랐다.
정치권에서 최근 ‘안철수가 달라졌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인수위를 무리 없이 이끌며 정치인으로서 재평가받고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인정했던 관리 및 행정능력에서도 상당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때론 기강을 다잡기 위해 강한 어조의 발언도 피하지 않는다.
안 위원장은 4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4차 전체회의에서 “인수위는 청와대로 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다”며 “정부 인사 발표가 날 때마다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리 경쟁을 하지 말라는 경고로 읽혔다.
외부에서 들은 얘기도 소개했다. “인수위 초기 사무실이 붐비고, 총리 장관 지명자들이 발표되면 누구에게 줄을 대야 하는지 정보 교환을 하느라 옥상이 붐비고, 말기가 되면 행정부에서 부름받지 못한 분들이 모여 신세 한탄을 하느라 술집이 붐빈다”는 말이었다. 안 위원장은 그러면서 “인수위가 예전처럼 옥상이나 주점이 붐빈다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안 위원장은 인수위 업무를 시작할 때 “인수위는 점령군이 아니다”고 했고, 지난달 26일 워크숍에서는 “보고를 받는 사람이 보고하는 사람보다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책과 현장 행보에도 적극적이다. 안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분과별 업무보고에서 “소상공인진흥공단, 정부, 은행이 공동 출자하는 일종의 ‘배드뱅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30일에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3개 여성단체 대표단을 만나 의견을 듣기도 했다.
안 위원장은 최근 인수위 업무가 끝나면 당으로 복귀하겠다고 공언했다. 돌아갈 곳은 국민의당을 흡수하게 될 국민의힘이다. 당 복귀를 선언한 만큼 6·1 지방선거가 ‘정치인 안철수’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에선 벌써부터 안 위원장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내세우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준석 대표는 안 위원장에게 지방선거 선대위원장직을 맡아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경 의원은 4일 라디오 방송에 나와 “안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해야 한다”며 “정부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으면 당에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안 위원장이 서울시장 경기지사 등 수도권 승부처에서 성과를 낸다면 여론과 당내 구도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많다. 이후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고, 2024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면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가능성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얼마나 자기 세력을 구축하는지가 중요하다”며 “경기도에서 이긴다면 앞으로 당권 도전에서도 큰 활로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길성/맹진규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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