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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3대 메가뱅크(초대형 은행)의 자산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5배를 넘어섰다. 초저금리 환경에서 실적이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몸집을 급격히 불린 결과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UFJ,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등 3대 메가뱅크의 2021년 말 총자산은 842조엔(약 8367조원)으로 명목 GDP(542조엔)의 1.55배에 달했다.
은행 간 합병으로 메가뱅크 체제가 시작된 2001년 GDP의 0.84배(439조엔)였던 자산 규모가 20년 만에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미국과 중국 4대 은행의 총자산은 자국 GDP의 0.5배와 1.16배였다.
일본 1위 미쓰비시UFJ의 자산은 지난해 366조엔까지 불어났다. 한국 GDP(엔화 환산 시 207조1555억엔)의 1.5배를 넘는다. 내부적으로 “운영 능력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위기의식이 커지자 이 은행은 작년 9월 미국 자회사인 MUFJ유니언뱅크(자산 13조엔)를 팔기로 했다.
일본 은행들의 비대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만성 초저금리의 산물이다. 금리 하락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자 몸집을 불려 ‘박리다매’에 나선 결과다. 금리가 2분의 1로 떨어지면 자산 규모를 두 배 늘려야 이익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하면서 민간은행은 더 급격하게 몸집을 불려나갔다. 장기 불황인 일본에서 대출처를 찾지 못한 은행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다. 메가뱅크 해외 지점의 해외 대출금액은 90조엔으로 20년간 세 배 늘었다. 주식·채권과 같은 해외 유가증권 보유금액도 60조엔으로 2008년보다 2.4배 증가했다.
일본 은행들의 해외 자산이 10~20년 만에 150조엔 늘어난 셈이다. 2015년 미쓰비시UFJ는 에너지 관련 기업 및 프로젝트 융자 규모 세계 1위에 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메가뱅크들은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위험을 적절하게 통제하기 어렵다”며 “국제 금융 시스템이 삐걱대면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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