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코로나19 안전지대로 분류됐던 수도 베이징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오미크론발 확산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확진자가 나오면 주거지 주변까지 봉쇄하는 '제로코로나' 방역 정책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전국 주요 생산시설 가동이 중단되고 물류에 차질을 빚으면서 "정치 방역에 경제가 희생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호에서 200m가량 떨어진 왕징시위엔3단지아파트도 전체가 봉쇄됐다. 전날에는 확진자가 나온 1개 동의 출입만 통제했지만 이날 20여개 동 전체로 대상을 확대했다.
베이징에선 4일 하루 동안 10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중국은 왕징의 사례처럼 확진자가 한 명 나오면 해당 빌딩이나 아파트단지를 모두 격리한다.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해 밀접접촉자는 음성이 확실해질 때까지 시설에 격리하며, 시간과 장소가 겹치는 사람들도 1주일간 자가격리를 강제한다.
이런 강력한 통제 때문에 중국 사람들은 최근 이동을 급격히 줄이고 있다. 왕징 지역에서도 식당이나 체육관 등 실내 시설 이용자가 급감했다. 혹시나 있을 봉쇄에 대비해 생필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대형마트만 북적이고 있다.
3~5일은 조상의 묘를 관리하는 칭밍제 연휴다. 예년에는 하루 자동차 이동량이 4000만대에 이르렀지만 올해는 3100만대로 줄었다. 중국 당국도 성(省)간 이동에 핵산검사 음성 증명서를 요구하면서 이동을 자제시켰다.
중국만 놓고 보면 감염자가 크게 늘었지만, 하루에 수십만 명씩 확진자가 발생하는 한국 등에 비하면 여전히 안정적인 숫자다. 전염력이 높은 대신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이나 강력한 통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방역 강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콩중문대는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3.1%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량셴핑 홍콩중문대 교수는 "코로나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져 과학적 방역으로의 변화 중요성이 긴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UBS는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5.4%에서 5.0%로 하향하면서 통제 장기화 시 5%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봉쇄된 도시들에선 시민들의 항의 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공권력이 강력한 중국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다. 상하이의 봉쇄된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보건당국이 쳐놓은 바리케이드를 밀쳐내는 장면이 중국 소셜미디어에 수시로 올라왔다가 삭제되고 있다.
중국 안팎에선 이미 방역정책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정치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실패를 비판하면서 자국의 체제(특색 사회주의)가 우월하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정책을 변경해 감염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게다가 올가을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공산당 20차 당대회가 열린다. 당대회까지 관료조직을 긴장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통제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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