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는 2만 명이 넘는 골프 애호가들로 가득 찼다. 대회가 열리지도 않았는데 갤러리가 구름처럼 몰렸다.
이날은 제86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첫 공식 연습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를 비롯한 골프 명인들의 연습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4만~5만 명으로 추산되는 ‘패트론’(마스터스대회에 입장할 수 있는 배지 소유자)의 절반가량이 모여든 것이다.
올해 세계 골프팬들의 이목을 오거스타로 돌린 일등공신은 우즈다. 지난해 2월 교통사고로 두 다리가 산산조각난 우즈가 주변의 예상보다 빨리 오거스타내셔널GC 연습장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우즈의 등장에 지난 2년 동안 자취를 감췄던 암표상들이 다시 골프장 인근에 나타났다. 마스터스 입장권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미국 티켓 판매사이트 ‘스텁허브’에선 올해 마스터스 4일(목~일) 입장권이 665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우즈가 1라운드 티 박스에 서면 1만달러가 넘어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날 패트론은 ‘황제의 샷’ 하나하나에 반응했다. 샷이 좋건 말건 ‘레츠 고, 타이거!’를 외쳤다. 우즈가 7번홀에서 좋은 샷을 선보이자 패트론들이 쏟아낸 함성이 8, 9번홀을 뚫고 클럽하우스에 닿을 정도였다.
현지에선 마스터스 흥행을 위해 오거스타내셔널GC가 우즈에게 출전을 강력하게 권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우즈가 3년 전 우승했을 때 3라운드 시청률은 6%로 최근 4년간 가장 높았다.
우즈의 몸 상태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는 이날 친한 친구인 저스틴 토머스(29·미국), 프레드 커플스(63·미국)와 함께 1~9번홀을 걸어서 돌았다. 티샷이 장타자인 토머스보다 5~10야드 짧은 정도였다. 커플스는 “우즈의 경기력은 경이로웠다”고 했다.
다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한 코스에선 걷는 데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내리막 경사를 내려올 땐 절단 위기에 놓였던 오른다리를 지탱하기 위해 드라이버를 거꾸로 쥐고 지팡이처럼 사용했다.
선수로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도 우즈를 일찍 일으켜 세운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메이저대회에서 총 15승을 거둔 우즈는 잭 니클라우스(18승)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넘버1’이 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오거스타(조지아)=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