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극우성향 일간지인 산케이신문은 한국의 출생률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병역의무를 담당할 20세 남성 인구가 급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젊은 층이 '피폐증후군'에 시달리면서 저출산화 속도가 정부 예상보다 40년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도 전했다.
산케이신문은 "한국의 합계출생률이 6년 연속 최저치를 이어가 일본의 60%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스피드로 진행되는 저출산 문제가 윤석열 차기 정부의 과제"라고 지난 5일 보도했다.
한국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21년 합계특수출생률은 0.8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최저였다. OECD 평균(1.61)의 절반 수준이었다. 2018년 처음 1을 밑돈 출생률이 올해는 0.8를 하회할 것이 확실시 된다.
2025년에는 출생률이 0.61까지 떨어지고, 옥스포드대 고령화문제연구소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나라'로 한국을 꼽은 사실도 소개됐다.
연간 신생아수가 40만명대였던 2017년 한국 통계청은 2060년 신생아가 27만7000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불과 3년 후인 2020년 한국의 신생아는 27만2000명으로 급감했다. 정부 예측보다 저출산화가 40년 빨리 진행된 셈이다.
극단적으로 낮은 출생률은 국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이 신문은 내다봤다. 2020년 3738만명이었던 생산연령(15~64세) 인구는 2030년 3381만명, 2040년 2852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인구 1억2709만명인 일본의 생산연령 인구는 7727만명(2020년 기준)이다. 생산연령 인구가 급감하면서 한국의 성장 잠재력은 2030년 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징병제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병역의무를 담당하는 20세 남성의 숫자가 2020년 33만400명에서 2025년 23만6000명으로 5년새 30% 줄어든다. 2040년에는 15만5000명으로 2020년의 절반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지난 15년간 380조원을 투입했지만 허사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부 부교수는 육아비용과 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과 함께 젊은 층의 '피폐 증후군'을 저출산의 원인으로 꼽았다. 유명 대학과 대기업 중심인 한국 사회에서 젊은 층이 초등학교부터 입시에 시달리다보니 평생의 동반자를 찾아 가정을 꾸리는데 힘을 쏟을 여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저출산·고령화의 원조인 일본 역시 출생률이 5년 연속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2019년에는 신생아수가 86만명으로 사상 처음 90만명을 밑도는 '86만쇼크'가 일어났다. 지난해에는 84만832명으로 더욱 떨어졌다.
하지만 2020년 출생률은 1.34로 한국보다 훨씬 높다. 일본에서 출생률이 가장 낮은 도쿄도도 1.13으로 1을 넘는다. 일본 언론들이 "정부 예상보다 3년 빨리 신생아수가 84만명대 진입했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40년 더 빠른 한국에 비해서는 양호한편이다.
2020년 일본의 결혼건수는 52만5490건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았다. 이 때문에 올해 출생률이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질 것으로 일본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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