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올해 과제는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와 전동화 전환이다. 어떻게든 생산량을 예년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반도체 등 주요 부품의 품귀로 생산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전년에 이어 올해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과 반도체 수급 불균형 등으로 공급망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차량별 반도체 최적 배분, 대체 소자 개발 등을 통해 공급물량을 최대로 늘려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급성장하는 전기차 시장 대응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장 사장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22년에도 가파른 성장을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이고,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신차 출시와 전동화 전환 속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전동화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전용 전기차 판매를 늘리고 충전·정비·모빌리티·금융 등 특화 서비스 패키지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연기관 수익성 극대화 방침도 밝혔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제네시스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경우 국내와 북미의 성공적 모멘텀을 지속 강화하고 유럽·중국 시장에서는 성공적인 안착을 이뤄내겠다”며 “온라인 쇼룸·판매 확대, 메타버스 체험 공간 등 혁신적인 고객경험 요소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도 지난달 2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작년의 성과를 설명하고 올해 사업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해 기아는 더 이상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다양한 이동 수단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솔루션 회사를 선언했다”며 “신차의 성공적인 출시와 주요 차종 판매 호조에 힘입어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송 사장은 북미 시장에서 역대 가장 많은 판매량을 올리며 시장점유율 4.7%를 기록한 점, 유럽 시장에서 친환경차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점, 국내 시장에서 핵심 SUV 차종 위주 판매를 강화한 점 등을 성과로 들었다.
기업 비전을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자(Sustainable Mobility Solutions Provider)’로 설정한 기아는 미래사업 중심 경영을 천명했다. 글로벌 전기차 인프라 구축을 통해 친환경차 경쟁력을 높이고, 목적기반차량(PBV) 분야에선 잠재고객 발굴과 협업 비즈니스 추진에 중점을 두겠다는 설명이다. 송 사장은 “유가 상승, 전기차 인프라 확대, 친환경 정책 강화 등으로 전기차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선진시장에서 전동화 전략을 정교화하고 전기차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판매채널 전략에 대해서는 “디지털 리테일링을 확대하고 오프라인은 브랜드·고객 체험을 강화해 옴니채널 혁신을 이루겠다”며 “고객 기반 조직문화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공급망 불안 이슈와 관련해선 “재고 건전성 강화, 공장 운영 정교화, 최적 생산체계 운영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체계를 정립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기아 최고경영자(CEO)들이 주총에서 밝힌 미래 청사진에 대해 한 현대차 주주는 “코로나19와 반도체 수급 불균형 이슈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높은 경영실적을 달성한 점과 전년보다 높은 배당을 한 점은 주주로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아 주주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한 주주는 “반도체 수급, 국제 정세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주주 기대보다 낮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전기차 수익성 강화, PBV 차별화 전략 등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더욱 힘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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