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204/AA.29517367.1.jpg)
청년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지원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삶의 의지를 고취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게 복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울시의 ‘희망 두배 청년통장’은 이 같은 취지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자립 지원 복지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팍팍해진 환경에 놓인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통장의 문턱을 낮추고 수혜자를 대폭 늘릴 방침이다.
희망 두배 청년통장은 서울에 거주하는 만 18~34세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자산 형성 지원사업이다. 근로를 하고 있는 청년이 지원 대상이다. 주거비, 교육비, 결혼자금, 창업자금 마련 등을 목적으로 매월 10만원 또는 15만원을 2~3년간 저축하면 저축금액의 100%를 서울시가 추가 적립해준다.
예컨대 월 15만원씩 3년간 저축하면 원금 540만원과 서울시 지원금 540만원을 더한 1080만원에 이자까지 붙여 받는다. 꾸준히 적금할 수만 있다면 최대 기한인 3년, 최대 금액인 15만원을 적립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아무나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이 주민등록상 거주지인 청년이어야 하고 본인 소득이 세전 월 255만원 이하인 직장인이어야 한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가입 문턱을 더 낮출 계획이다. 부양의무자(직계가족 및 배우자) 기준을 완화해 ‘부모 또는 배우자 기준 중위소득 80% 이하’ 조건이 빠진다. 부양의무자가 1억원 이상 고소득자이거나 9억원 이상 재산을 갖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청년통장에 가입할 수 있다.
오 시장은 “2025년까지 총 3만5000명의 청년에게 청년통장 혜택을 줄 것”이라며 “인생 종잣돈을 마련할 기회가 될 수 있도록 개인별 자립 목적에 맞는 전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8년 6월 오 시장은 ‘저소득층에 자생력을 키워줄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3저(저소비·저성장·저고용) 현상으로 인해 저소득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빈곤의 대물림이 사회적 이슈로 불거진 시기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의 지시로 2009년 단순히 자금을 지급하는 형태가 아니라 자립복지를 실현하는 국내 최초의 저소득층 자산 형성 지원사업인 희망플러스통장이 탄생했다”며 “이 사업은 지금의 희망 두배 청년통장의 모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의 아이디어는 마이클 쉬라든 미국 워싱턴대 교수가 1991년 《자산과 빈곤(Assets and the poor)》이라는 저서를 통해 최초로 제안한 저소득층 자산 형성 지원제도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졌다. 쉬라든 교수는 “그동안의 복지정책은 빈곤층이 자립할 수 있도록 유도하지 못했다”며 “자산을 형성하면 자신감을 갖게 되고, 삶을 변화시키며, 빈곤 상태를 변화시킨다”고 주장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선 쉬라든 교수가 제안한 저소득층 자산 형성 프로그램인 ‘개인발달계좌’가 확산했다.
청년통장의 모태인 희망플러스통장은 국제적으로도 주목받았다. 쉬라든 교수가 서울시에 공동연구를 제안해 국제학술포럼에 소개됐다. 2010년엔 유엔 공공행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인 2016년 수립한 ‘2020 서울형 청년보장(7136억원)’ 사업보다 8.8배 큰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다.
오 시장은 “청년이 꿈을 잃은 사회는 미래가 없다”며 “불공정과 불평등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2030 청년세대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청년서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