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애국주의 열풍'에 전전긍긍하는데…조용히 웃는 '한국 브랜드' 있다

입력 2022-04-08 08:36   수정 2022-04-0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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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부는 '애국소비(궈차오) 열풍'에 조용히 웃는 국내 패션 기업이 있다. 바로 휠라홀딩스다.

휠라홀딩스는 중국 스포츠 기업 안타그룹과 합작법인인 ‘풀 프로스펙트’(Full prospect) 만들고 휠라의 중국 사업권을 2009년 넘겼다. 그 대가로 풀 프로스펙트 매출의 3%를 디자인 수수료로 챙기고 있다.

중국 젊은 세대가 휠라를 자국 브랜드로 여기면서 휠라홀딩스는 궈차오를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 나이키·아다디스 등 글로벌 브랜드와 다른 한국 패션기업들이 심상치 않은 중국 분위기에 전전긍긍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휠라 中서 연 15% 성장 가능”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휠라는 지난해 중국 안타그룹으로부터 596억원의 디자인 수수료를 받았다. 휠라홀딩스가 안타그룹으로부터 받는 디자인 수수료는 중국 내 휠라 매출이 증가할수록 늘어가는 구조다.

2019년 385억원 수준이었던 수수료는 2020년 459억원, 2021년 596억원으로 불어났다. 2019년에 1조2902억원이었던 휠라의 중국 매출은 작년 1조9738억원으로 2년 만에 52% 불어났다. 이런 고속성장의 배경에는 궈차오 열풍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이 신장의 강제노동 문제를 제기하면서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해외 브랜드의 선호도는 급감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20~30대 젊은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궈차오 열풍이 지속됐다”며 “그 결과 중국 패션기업이 급속도로 성장 중이고, 중국 브랜드로 인식되는 휠라도 그 물결을 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패션기업의 약진
중국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자국 패션 브랜드를 찾으면서 중국 패션 기업의 가치는 계속 커지고 있다. 중국의 ‘2세대 패스트패션 기업’ 쉬인은 1000억달러(121조5000억원)로 평가받는 기업가치를 기반으로 10억달러(1조2000억원) 투자를 유치 중이다. 1세대 패스트패션 기업인 H&M(230억 달러)과 자라(브랜드 소유 기업 인디텍스·680억 달러)를 합친 것보다 기업가치가 크다.

쉬인은 오프라인 쇼핑몰 없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빠르게 배송한다는 점이 1세대 패스트패션 기업과 다르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의 10~20대들도 이 쇼핑몰을 애용하고 있다.

안타그룹도 마찬가지다. 안타그룹은 휠라 매출이 앞으로 수년간 매년 15%씩 성장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안타그룹의 시가총액(251억달러)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중 나이키(2020억달러), 룰루레몬(456억달러), 아디다스(388억달러)에 이어 4위를 차지할 정도고 규모가 커졌다.

◆복잡해진 국내 패션기업들 셈법
중국 패션기업의 약진을 바라보는 국내 패션·뷰티기업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중국 매출비중이 큰 기업들일 수록 더 그렇다.

대개는 쉬쉬하는 분위기다. 이랜드그룹은 중국에서 여성복 ‘이랜드’와 아동복 ‘포인포’ 등을 팔면서 한국 브랜드라는 사실을 최대한 알리지 않고 있다.

MLB로 대박을 낸 F&F도 궈차오에 긴장하고 있다. 이 회사가 지분 100%를 들고 있는 F&F차이나의 매출은 지난해 3054억원으로, F&F 전체 매출(1조891억원)의 3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증권업계에서는 F&F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해 12월29일 사상 최고가(종가 기준 97만9000원)를 찍고 27.1% 하락한 데에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성 저하 우려가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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