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보다 경찰에 더 분노한다"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2-04-08 09:05   수정 2022-04-27 09:50


'인천 층간소음 칼부림 사건'이 또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15일 위·아래층 이웃이 층간소음으로 싸우는 과정에서 칼부림 사건이 일어나 아래층 가족 3명이 크게 다친 사건입니다. 최근 피해 가족들이 사건 발생 당일 현장 모습이 담긴 CCTV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또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이 사건은 '경찰 도망' 사건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칼부림 사건 현장에 경찰이 있었는데도, 가해자를 제압하지 않고 도망가면서 피해가 커졌습니다. CCTV에는 경찰들이 사건 현장에서 얼마나 어처구니 없게 대응했는지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2040549707
'인천 흉기난동' CCTV 공개…비명에도 경찰관 '우왕좌왕'

경찰은 그동안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 마련등의 노력을 했습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건 직후 인천으로 달려가 대국민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였고, 사건에 책임을 지고 송민헌 당시 인천경찰청장이 사퇴했습니다. 또 관할 인천 논현경찰서의 이상길 서장이 직위 해제됐으며 당시 사건 현장에 출동했던 박 모 경위와 김 모 순경은 해임 조치됐습니다. 두 사람은 징계 조치가 과하다며 소청심사를 제기했으나 최근 기각됐습니다. 또 초임 경찰들에 대한 무기 사용 훈련 강화등 에도 나섰습니다.가해자 이 모씨는 살인 미수와 특수 상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사건 발생 넉 달이 다 돼 가고, 경찰내 징계 조치도 있었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대상이 가해자가 아니라 경찰입니다. 기자가 직접 만나본 한 가족 분은 "가해자보다 경찰에 더 분노한다. 경찰 제복만 보면 다 찢어버리고 싶다"라고도 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경찰의 태도입니다. 피해자 가족들은 사고 발생 후 경찰측이 한 번도 직접 사과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사과했을 뿐, 정작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한 명도 직접 찾아와 부실대응 여부에 대해 언급하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경찰이 사건 직후 경찰 부실 대응 행적을 덮기 위해 피해자 가족을 상대로 회유와 협박을 하는 데 열심이었다고 합니다. 또 현장 상황을 담은 CCTV 공개에 대해서도 그동안 소극적이었습니다. 피해 가족들은 그런 부분에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사고 현장 경찰 뿐 아니라 피해자 보호보다 회유와 협박, 진실 규명보다 사건 은폐에 더 열심이었던 경찰들도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두번째는 피해 보상입니다. 피해자 가족들은 이 사건을 층간소음 분쟁으로 보지 않고 있습니다. 통상 층간소음 분쟁은 아래층 주민이 위층 주민이 발생시키는 소음에 대해 폭력이나 폭언 등의 방법으로 위력을 행사합니다. 그러나 이번 건은 폭력적 성향의 위층 주민이 아래층 가족을 소음을 이유로 수시로 괴롭힌 '스토킹' 사건입니다. 피해자 가족이 사건 당일 뿐 아니라 여러 차례 공포와 불안감을 호소했지만, 경찰은 번번이 단순한 층간소음 분쟁으로 보고 수수방관했다는 주장입니다. 또 사건 당일에도 우왕좌왕 대응으로 피해를 더 키웠다는 겁니다. "경찰이 사고의 원인이고, 사고를 키운 장본인"이라는 게 피해자 가족들의 주장입니다.

현재 피해자 가족들은 정부를 상대로 18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피해가족 중 칼로 목을 찔린 부인 이 모씨는 목숨은 구했으나 식물인간 상태입니다. 칼을 든 가해자와 육탄전을 벌인 남편과 딸도 얼굴 손 등을 다쳐 정상적인 생계 활동과 구직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이달 말이면 1심 재판 결과가 나올 예정입니다. 경찰은 금액이 과하다며 재판부에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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